1960년대, 70년대의 미국 사회는 전 분야에서 격변을 목도하고 있었다. 베트남 반전 운동과 민권 운동, 그리고 2차 페미니즘 운동과 LGBT 운동을 포함한 정체성 운동의 열기가 정점을 지나고 있었고, 닉슨의 워터게이트는 정부와 시스템에 대한 불신을 증폭시키며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미 제너레이션'(Me-Generation)의 부상을 야기했다. 세상은 혼란스러웠고 사람들은 방황과 혁명 그 사이 어딘가로 내몰렸다. 이러한 운동의 주역, 즉 대중과 젊은 세대를 주 타깃으로 하는 영화 산업에서 역시 비슷한 수준의 변화가 일지 않을 수 없었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쥐고 있었던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들은 텔레비전의 부상과 전후 시대의 새로운 레크리에이션 문화에 패권을 잃고 휘청거렸으며 그 사이 뉴 할리우드 시네마의 젊은 창작자들이 산업을 잠식했다. 이들의 젊은 영화는 영화 오락의 존속 가능성에 대한 정면 도전이자 미학적인 혁명이었다. 서부의 할리우드가 새로운 세대에 의한 대중영화로 생존을 모색했다면, 그 정반대편에 위치한 뉴욕의 아티스트들은 더욱 급진적이고 독보적인 방식으로 정치 사회적인 변화와 영화 문화, 그리고 예술의 재현 전반의 변화를 모두 머금은 시도와 혁명을 주도했다. 부조리 운동(absurdist movement)과 반문화 운동(counter-culture movement)을 기반으로 하는 이들의 게릴라적인 영화 스타일은 곧 '뉴욕 언더그라운드 시네마'로 발전했고, 이 발칙한 영화 운동에 동시대 천재 아티스트들이 합세했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의 특별전으로 기획된 '뉴욕 언더그라운드: 더 매버릭스'는 1960년대와 1970년대를 지배했던 뉴욕 언더그라운드 영화의 중추라고 할 수 있는 세 명의 아티스트의 작품이 모인 영화적 혁명의 장(場)이다. 첫째로 특별전의 중심인물이기도 한 로버트 다우니 시니어는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아버지로서 뉴욕 언더그라운드 시네마의 아이콘이자 언더그라운드 영화 연출, 혹은 풍자극의 전형을 빚어낸 주역이기도 하다. 예컨대 그의 커리어의 정점에서 탄생한 작품, <퍼트니 스워프>(1969)는 백인 일색인 광고 에이전시에서 흑인 간부가 CEO로 선출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다룬 풍자극으로, 맨해튼 미드타운을 중심으로 한 광고 산업과 백인 중심의 대중문화를 통렬히 비판하는 도발적인 코미디다.
특별전의 또 다른 주역, 잭 스미스는 뉴욕 언더그라운드 시네마의 선구자로 명명되는 인물이다. 앞서 언급한 로버트 다우니 시니어가 주로 사회의 제도와 계급, 인종에 대한 비판을 주요한 이슈로 삼았다면, 잭 스미스는 젠더와 성 정체성, 특히 본인이 직접 드랙 차림으로 등장하는 전위적인 이미지로 60년대의 성 혁명을 알레고리화 했다. 그의 대표작이자 문제작 <황홀한 피조물들>(1963)은 외설물로 분류되어 대법원까지 소환되는 고초를 겪었지만, 수전 손택과 앤디 워홀을 포함한 당대의 지식인들과 아티스트들이 스미스와 연대하여 궁극적으로는 무죄 판결을 받아냈다. 아티스트들의 연대와 표현의 자유의 기표가 되는 이 작품은 독재와 억압이 난무하는 현시대에서도 유의미한 영화로 읽힐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특별전에서 가장 빛나는 에디션이라고 할 수 있는 캐롤리 슈니먼은 60~70년대 언더그라운드 영화와 아방가르드 아트를 대표하는 인물일 뿐만 아니라 미국을 대표하는 비주얼 아티스트다. 그의 예술은 '몸'이라는 화두를 품는다. 슈니먼은 몸을 통해 사적인 몸의 운명과 공적인 몸의 정치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둘은 다른 것 같지만 궁극적으로는 같은 길을 향한다. 예를 들어 상영작 중 하나인 <플럼 라인>(1971)은 베트남전에 대한 분노와 회한 그리고 연인과의 이별이 중첩되는 슈니먼의 사적/공적 기록이다. 영화는 1977년 텔룰라이드영화제에서 처음으로 공개되었는데, 슈니먼은 작품이 공개된 프로그램의 테마가 여성 감독에 의한 '에로틱한 영화'라고 명명된 것에 분노하며 이에 대한 퍼포먼스로 본인의 성기에서 꺼낸 종이에 적힌 텍스트를 읽었다. 과연 가장 사적인 기록을 이용해 극강의 공적 발언을 만들어 낸 슈니먼식 퍼포먼스가 아닐 수 없었다. 50여 년 전 미국의 예술계를 뒤흔들었던 이 작은 여성의 몸은 아직도 스크린 위에서 저력을 뿜어낸다.
이번 특별전에서 상영되는 로버트 다우니 시니어의 작품들, 그리고 잭 스미스와 캐롤리 슈니먼의 대부분의 작품들은 한국 최초로 공개되는 것이다. 작품들이 품고 있는 전복과 위반이, 그리고 부조리를 향한 분노와 조소가 현시대의 관객들과 어떻게 승화할 것인지 기대가 된다. (김효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