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X전주국제영화제] #5 인터뷰: <부재> 배우 이강생
2023-05-01 09:00:00

'부재' 배우 이강생, "중국의 아파트 열풍이 만든 문제는"

이제 막 교도소에서 출소한 한장유(이강생)는 고향 하이난에 돌아가 사랑하는 옛 연인 수홍(이몽)을 찾는다. 수홍의 딸과 함께 새로운 가족을 이뤄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게 그의 가장 큰 꿈이다. 고층건물과 새로운 아파트가 일사불란하게 지어지기 시작한 하이난은 여전히 허름하고 오래된 건물들과 대조를 이루며 중국 지방의 급성장 물결을 보여준다. 빠른 변화를 추구하는 흐름 속에서 아파트에 살고 싶은 사람들의 욕망과 오랫동안 누적된 건설업계 문제로 건설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해 갈등을 빚고 만다. 집이란 어떤 의미이고, 무엇이 집이 될 수 있을까. <부재>가 지닌 중국 사회의 이면과 문제의식을 돌아보기 위해 배우 이강생을 만났다.

- 4월 29일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부재> 첫 상영 이후 관객과의 만남을 가졌다. 한국 관객을 만난 소감은 어떠한가.

= 이전의 다른 한국 영화제에서도 한국 관객을 만난 적 있는데 그때마다 영화를 향한 대중의 열기가 무척 뜨겁다는 것을 실감한다. 질의응답 차례에도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 수준 높은 질문들이 이어진다.

- <부재>는 동명의 단편 영화를 다시 장편 영화로 기획한 작품이다. 우랑 감독과 어떻게 작업을 함께 하게 되었나.

= 우랑 감독은 한정된 예산으로 단편 영화를 먼저 작업했다가 이후 자금 문제가 해결되면서 장편 영화에 착수했다. 어느 날 중국 SNS인 웨이보를 통해 메시지 한 통을 받았다. 우랑 감독의 섭외 메시지였다. 그렇게 하이난으로 초대받아 영화에 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이제 막 감옥에서 출소한 주인공이 과거의 연인을 찾아가고, 주변 관계를 회복해나가는 스토리가 흥미로워 함께 하게 됐다. 실제로 우랑 감독이 하이난에서 대학 과정을 마치고, 그곳을 자신의 또 다른 고향이라고 표현하기 때문에 감독님의 자전적 이야기가 영화 바탕에 깔려 있단 걸 알 수 있었다.

- 주인공 한장유는 말수가 없지만 감정 표현은 확실한 사람이다. 처음 시나리오를 보았을 때 인물을 어떻게 분석했나.

= 여러 작품을 함께 한 차이밍량 감독 작품에서도 말수가 적은 인물을 연기해봤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다만 우랑 감독님과 비언어적 표현에 대해 고민을 많이 나누었다. <부재>의 원제는 <설운>이다. ‘눈 구름'이라는 뜻이다. 한장유가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는 응어리나 감정을 말이 아닌 표현으로 드러내려 했고, 그가 10여 년 동안 감옥 생활을 하며 생긴 인간관계 속에 부재한 것들을 고민하려 했다.

- 영화는 대부분 롱테이크로 촬영되어 사건의 모든 과정을 보여준다. 이러한 정직한 촬영 방식은 연기를 할 때도 더 많은 부분을 신경 쓰게 만들 것 같다.

= 롱테이크는 우랑 감독이 좋아하는 연출 방식이다. 배우 입장에서는 자유로움이 덜해져 부담될 수 있지만,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서술하지 않고도 특정 분위기를 조성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또 배우가 전체 그림의 한 부분이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 영화는 이제 막 고층 빌딩이 들어서며 첨단으로 개발되는 하이난을 배경으로 한다. 아파트 열풍에 따라 많은 사람이 모여들지만 예기치 못한 사건이 터진다. 영화를 더 쉽게 이해하기 위한 중국 내 배경을 설명해준다면.

= 알면 도움 될 중국 정책이 있다. 중국은 집을 매입할 때 엄격한 조건과 자격 요건이 필요한데, 그 지역에서 나고 자란 현지인의 경우 더 간소한 절차를 거칠 수 있다. 그래서 외지인인 수홍이 안정된 집을 구하기 위해 옛 연인 한장유에게 결혼하자고 말하는 것이다. 하이난의 현지인인 한장유는 더 빠르고 편하게 집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에는 건설 과정에 사고가 생겨 작업이 미뤄지면서, 이미 돈을 내고 계약을 마친 예비 세입자들이 곤혹스러워하는 장면이 나온다. 너무 빠르게 토지 개발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것이다. 실제 관련 기사를 봤을 때 하이난뿐만 아니라 많은 중국 지방 도시에 유사한 사회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그게 <부재>가 시작된 문제의식이자 사회적 배경이다.

- 한장유가 교도소를 출소한 뒤 옛 연인을 찾으러 간다는 기본 설정은 보여주지만 그의 전사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이 공백을 어떻게 채웠나.

= 한장유는 그가 속한 조직 두목의 오른팔 역할을 하다가 그를 대신해 감옥에 들어갔다고 생각했다. 감옥 생활을 하는 동안 자신의 가족을 대신 돌봐준 두목의 아들 카이에게 고마워하며 의리를 지키기 때문이다. 건설사에 문제가 생겨 카이가 도주를 결심한 이후에도 그를 배반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서 비롯한다.

- 그렇다면 도주한 카이가 한장유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왜 받지 않은 것인가.

= 수홍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이다. 수홍 모녀와 가족을 이루고 새로운 터전을 찾기로 결심한 상태에서 카이의 상황에 빠져들면 예전처럼 소중한 사람을 지키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 장면에서 한장유의 다정하고 굳건한 마음이 잘 드러난다.

- 아파트 건설이 중단된 상태에서 이미 많은 돈을 지불해버린 한장유와 수홍은 차라리 건설 현장에서 지내길 선택한다. 하지만 그곳은 집이라고 일컫기에 물이나 전기 같은 필수재를 제공하지 못하고 기본적인 보호 역할도 수행하지 못한다. 이들에게 집이란 어떤 의미일까.

= 사실 이런 현상은 중국에 비교적 흔하다. 미완공된 아파트 건설 현장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 사람들은 비바람만이라도 막을 수 있는, 오늘 밤만이라도 몸을 누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비록 아무것도 누릴 수 없는 상황이지만 세 가족이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 집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 마지막엔 무수히 많은 양들이 건설 현장을 가득 메운다. 이 촬영 과정에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면.

= 양들이 광동 지역에서 배를 타고 하이난 섬으로 넘어와야 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오질 못했다. 그래서 현지에서 식용 목적으로 판매하는 양떼를 구매해 촬영에 동원했다. 마지막 엔딩에서 아기 양이 한장유와 수홍에게 무릎을 꿇고 안기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그건 정말 우연이었다. 수홍의 딸 야오가 사실 작은 양이 아니었을지, 열린 결말을 의미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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