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X전주국제영화제] #8 수상작 인터뷰: <돌을 찾아서> 타츠나리 오타 감독
2023-05-06 09:00:00

[수상작 인터뷰] ‘돌을 찾아서’ 타츠나리 오타 감독, 새로운 발견이 곧 영화의 리듬이 된다

<돌을 찾아서>는 이상한 영화다. 러닝타임 내내 벌어지는 일이라고는 흥미로운 볼거리를 찾기 위해 교외 마을을 찾은 여행사 직원이 물수제비를 뜨는 남자와 매우 건전한 놀이를 하다가 헤어지는 것뿐이다. 그런데 이 영화가 가진 신묘한 긴장감은 보는 사람이 의심의 끈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국제경쟁 대상은 제작비가 200만엔 정도로 추정되는 <돌을 찾아서>에게 돌아갔다. 아마 원래 만들고 싶었던 작품의 그림을 끝까지 밀어붙인 감독의 소신과 독창성을 높이 평가한 결과일 것이다. <돌을 찾아서>가 대상의 주인공으로 호명된 직후, 아직 얼떨떨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던 타츠나리 오타 감독을 만났다.

- 먼저 대상 수상을 축하드린다. 결과를 예상했나.

=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국제경쟁 섹션의 다른 작품들이 <돌을 찾아서>보다 예산도 훨씬 높고 퀄리티가 높았기 때문에 수상은 좀 어렵겠다고 생각했다. 설마 이렇게 상을 받게 될 줄이야.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 전체 예산과 촬영 회차는 어느 정도였나.

= 강가에서 낮 신을 열흘 정도, 밤 장면은 3일 동안 찍었다. 촬영 기간이 길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많은 생각을 하지 않으면서 진짜 여행하듯 찍을 수 있었다. 개인 사비로 영화를 만들었기 때문에 구체적인 제작비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대략 200만엔 정도 될 것이다. 오늘 받은 상금으로 모두 충당한 셈이다. (웃음)

- 저예산, 적은 촬영 회차로 찍었지만 굉장히 독창적인 플롯과 연출을 보여주는 단단한 작품이었다. 처음에 어떻게 시작된 프로젝트인가.

= <돌을 찾아서>는 상업영화도 아니고 누군가에게 의뢰받아서 만든 영화도 아니다. 실제로 강가에서 돌을 주웠을 때 개인적으로 받았던 느낌을 영화에 담고 싶다는 마음으로 만든 작품이다. 초고는 예산이 많이 필요할 것 같은 복잡한 이야기였다. 각자의 문제를 안고 있는 가족이 함께 여행을 떠나고, 강가에서 한 명 한 명이 돌을 주우며 스스로와 소통하는 모습을 담았다. 제작비를 고민하며 강가를 걷다가 <돌을 찾아서>에 나오는 것처럼 새로운 발견을 해 나가는 경험을 했다. 아, 내가 영화로 찍고 싶었던 건 이런 것들이었구나! 그리고 그 이야기는 많은 돈이 필요하지 않았다. 예산이 없기 때문에 <돌을 찾아서>를 만든 게 아니라 내가 찍고 싶은 영화를 만들려면 큰 예산이 요구되지 않았다.

- 배경이 된 야마키타는 어떤 곳인가. 영화 초반에는 원래 번창한 철도 도시였지만 지금은 저문 곳으로 묘사되는데.

= 일본에 실제 존재하는 도시다. 사카와 강은 물길이 세기 때문에 다음 날 같은 장소에 가면 강의 형태가 완전히 달라져 있다. 그래서 매일 아침 현장에서 오늘은 이곳에서 무엇을 찍을 수 있을지 생각해야 한다. 주인공들이 강가를 따라 걷다가 어떤 문제가 생겨서 돌아온다는 정도만 시나리오에 써두고 구체적인 움직임, 이를테면 돌을 줍거나 나뭇가지를 갖고 노는 모습은 모두 현장에서 그때그때 고안한 것이다. <돌을 찾아서>는 새로운 발견을 담고 싶은 영화였기 때문에 강의 특성과 어울렸다.

- 1.33:1 비율로 촬영한 이유는 무엇인가.

= 현장에서 새로운 발견을 하기 위해서는 롱테이크로 찍어야 한다. 그런데 1.85:1이나 2.35:1 비율로 찍으면 두 배우의 안정적인 투샷이 담기게 된다. 카메라가 남자와 여자 중 한쪽에만 포커싱을 하고 따라가면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촬영 감독님이 주셔서 그 사이즈를 선택했다. 그리고 돌을 찍기에도 그 사이즈가 더 적합했다.

- 내러티브가 거의 없는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극 내내 기묘한 긴장감이 조성된다. <돌을 찾아서>가 가진 신기한 리듬감은 어떻게 연출해 냈나.

= 일단 그렇게 느껴주셔서 감사하다. 롱테이크로 배우를 따라가며 새로운 발견을 하다 보면 생기는 긴장감이 있다. 이를테면 일상에서 창밖의 누군가가 넘어지는 모습을 볼 때 우리는 놀라고 긴장감을 느낀다. 현장에서도 땅이 불안정해서 누군가 넘어질 것 같다거나 하는 식으로 환경이 주는 긴장감이 있는데, 그것을 영화에 담고 싶었다. 또한 오오카와 케이코 편집 감독이 피사체가 프레임 밖으로 나간 다음에도 계속 그 공간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편집했는데, 이렇게 시간을 지연하는 구성 역시 텐션을 유지하는 데 일조했다.

- 배우 두 명이 러닝타임 대부분을 이끌고 가는 작품이다. 오가와 안은 하마구치 류스케의 <천국은 아직 멀어>에서 본 적이 있지만, 카노 스치는 아예 처음 본 배우였다. 어떻게 인연이 닿아 캐스팅하게 됐나.

= 기본적으로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 영화를 만들기보다는 내가 찍고 싶은 장소와 배우를 먼저 생각한 뒤 이들을 담을 수 있는 영화를 떠올리는 방식으로 생각하는 편이다. 강가를 산책하며 돈을 줍던 시기에 오가와 안, 카노 스치와 사적으로도 친분이 있었다. 두 사람에게 엄청난 매력을 느꼈고, 이 둘을 더 알아가고 싶다는 생각에 <돌을 찾아서>를 만들게 됐다. “오가와 안, 카노 스치가 강가에서 영화를 찍게 된다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다시 말해 <돌을 찾아서>는 이 질문으로부터 출발한 영화다.

- 영화 시작 후 상당 시간 남자가 여자에게 사심을 갖고 추파를 던지지 않을까 의심하는 관객이 있을 것이다. 심지어 극 중반부 두 사람이 헤어진 후 남자가 집에 도착했을 때, 개인적으로는 “드디어 남자의 정체가 밝혀지겠군”이라고 생각했다. (웃음) 하지만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는다. 특히 여성 관객 입장에서는 남자의 행동이 위협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관객이 영화 속 상황을 너무 불편하게 받아들이지 않도록 연출의 선을 어떻게 맞춰나갔나.

= 실제 로케이션을 나갔을 때 스탭과 배우들은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나면 여자 입장에서는 무서워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당연히 나왔다. 그렇다고 남자 캐릭터의 연령대를 낮추거나 힘이 약해 보이는 설정으로 바꾸거나 여자와 여자의 이야기로 만들어 일부러 그 공포감을 없애는 것은 피하고 싶었다. 이는 사회에 존재하는 긴장과 문제점을 뚜껑 덮듯 그냥 은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역으로 남자를 의도적으로 무섭게 연출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냥 배우들 그대로의 모습을 찍어보자는 각오로 연출했다.

- GV에서 나온 질문 중 인상적이었던 것이 있나.

= 어떤 관객이 “여자는 동그랗게 예쁜 돌을 주워서 소중하게 생각하고 남자는 물수제비 뜨기에 적절한 모양의 돌을 계속 찾는데 이것이 두 사람의 성격을 보여주는 것 같다”는 말을 했다. 영화 마지막에는 남자가 여자를 위해 물수제비를 뜨기에 적합하지 않고 생산성이 없는, 동그란 돌을 찾게 된다. 결국 영화가 도달해야 하는 지점이 이곳이었구나 하고 깨닫게 돼서 무척 인상적인 질문이었다.

- 차기작도 <돌을 찾아서>처럼 독특한 제작 방식을 고집할 것인가.

= 시나리오를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은 유사하다. 다음 작품은 어떤 공원을 모티브로 한다. 이 공간을 무대로 어떤 이야기를 찍을 수 있을지 지금부터 기획을 시작하려고 한다. <돌을 찾아서>가 하루 동안 일어나는 이야기였다면, 차기작은 반년에서 1년 정도 시간에 걸쳐서 일어나는 일을 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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