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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먼저 관객분들께 인사말 부탁드립니다.
황현지 안녕하세요. ‘겨우살이’를 연출한 황현지 입니다.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가 마무리 된지도 꽤 많은 시간이 흘렀는데, 이렇게 인사드릴 수 있게 되어 정말 반가운 마음입니다.
신율 안녕하세요. 영화 <별나라 배나무> 연출 신율입니다. 반갑습니다~
김해진 안녕하세요 <불쑥> 을 연출한 김해진입니다. 좋은 기회를 통해서 만나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먼저 수상 소식부터 여쭤봐야할 것 같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시상식에서 발표되셨을때 어떠셨나요? 수상작의 경우 가치봄(배리어프리)영화로 제작하는 것을 알고 계셨나요?
황현지 졸업 후에도 계속 친구들과 영화를 만들고 싶어서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그렇게 만들어진 영화가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부터 수상까지 하게 되어 너무 감사했던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겨우살이’는 아빠에게 편지를 쓰는 마음으로 써 내려간 이야기였고, 정처 없던 마음들이 어딘가에 닿은 것만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제 주변에 늘 좋은 사람들을 보내주신 하나님께 너무 감사했고, 잊지 못할 기억을 안고 PD 님과 함께 돌아갔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에 저희 영화가 가치봄으로 제작될 것은 잘 알지 못했지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가치봄 영화를 상영하는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
신율 살아오면서 제 이름이 가장 낯설게 들렸던 순간입니다. 현실감을 잊고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장기들이 중력을 거부하는 듯한 느낌이었달까요.
수상작들이 가치봄(배리어프리) 영화로 제작하는 것은 모르고 있었어요.
김해진 수상에 호명되자마자 영화를 위해 고생해 주신 분들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이수, 은지선배님, 호준선배님과 스태프분들에게 보답할 수 있게 되어서 감사했습니다. 다만 시상식에서 실수할까 봐 엄청 차분한 척을 했는데, 잔잔하게 흘러가게 된 것 같아서 아쉬움이 있습니다. 다음에 또 기회가 된다면 그때와는 다르게, 차분한 척 없이 받고 싶습니다!
가치봄 버전 제작은 알고 있었습니다. 2024년에 인디그라운드 사이트를 통해서 전주영화제 수상작들을 배리어프리 버전으로 본 적이 있습니다. 대본을 감독님이 직접 작업 하신 줄을 몰랐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가치봄(배리어프리) 영화에 대해서 알고 계셨는지?
황현지 2020년도에 졸업 작품으로 ‘무력의 언어’라는 단편영화를 제작했습니다. 대본 전체가 수어로 구성되어 있었고, 수정이 필요할 때마다 <세종특별자치시농아인협회>의 자문을 구하게 되었습니다. 센터에 방문하면서 농아인분들이 시각매체를 어떻게 접하고 계시는지 인지할 수 있었던 첫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후 ‘무력의 언어’는 정동진영화제에서 상영되면서 배리어프리 자막을 함께 제작해주시면서 처음 용어를 알게 되었고, 이듬해 ‘코끼리 뒷다리 더듬기’라는 영화를 통해서 배리어프리 영화에 대한 매력을 접하기도 했습니다.
신율 네~ 알고 있었습니다.
김해진 네, 영화를 볼 때 배리어프리 버전으로도 보곤 해서 자막이나 더빙을 당연하게 생각했었는데요, 이번에 작업을 하면서 규칙들과 방식을 구체적으로 접하면서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감독님의 영화가 '가치봄 영화'로 제작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어떤 느낌이셨나요?
황현지 영문 번역은 더 넓은 세상에 닿을 수 있는 기회라면 가치봄 영화 제작은 보다 더 깊은 곳으로 닿을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율 또 영화가 관객분들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기뻤습니다. 신나는 기분이었습니다.
김해진 제 영화를 더 많은 분이 봐줄 기회가 생긴 점에서 뜻깊었습니다. 특히 단편영화에서 배리어프리 제작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되어서 너무 감사한 마음입니다.
가치봄 영화로 제작하기 위해 사전에 교육을 수강하셨다고 들었어요. 어떤 내용의 교육이었는지 궁금합니다.
황현지 한글자막 제작은 영화 속 대사뿐만 화자를 표기하고 영상에 삽입되는 음악과 효과음 등을 표기하는 작업이었습니다. 한글자막 대본을 작성할 때 지켜야하는 표기 방식들과 효과음을 표기하기 위한 소리기호 종류에 대해서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화면 해설 대본 제작 교육에서는 시각장애를 가진 관객분들이 영화를 볼 때 경험들을 나눠주셨습니다. 시각 정보 없이 영화를 마주하는 경험이 없던 저로서는 이런 경험들의 공유가 제작 과정에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신율 영화의 화면 해설 강의와 자막 작업 강의가 나뉘어서 교육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화면 해설 강의에서 뵙게 된 조현아 작가님께서 화면 해설 작성에 대해서 사례들과 함께 잘 알려주셨어요. 화면을 말의 언어로 설명하시는 일이 예상보다 어렵기도 했지만 참 멋있게 느껴졌습니다. 영화를 다양하게 ‘보는 법’을 만드는 작업을 하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김해진 전반적으로 제가 촬영한 화면을 온전하게, 오해 없이 전달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불쑥>은 메타포 이미지들이 많은데, 해석을 기재하는 건 불가능하다 보니 대본을 작성할 때 고민이 많았습니다. 대본이 직관적이긴 해야 하지만, 메타포 컷들과 감정들은 잘 느껴질 수 있도록 해야 하는 점이 어떻게 보면 영화 연출법과 비슷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이후에, 실전으로 대본을 작성하면서 피드백을 주셨는데 조사까지 세세하게 피드백을 주셔서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기존에 연출하셨던 작품을 '배리어프리(가치봄)' 버전으로 다시 살펴보는 과정에서, 연출자로서 새롭게 발견하거나 고민하게 된 지점이 있으신가요?
황현지 처음 한글자막을 만들 때는 들리는 모든 소리를 자막으로 기록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습니다. 시각적으로 소리의 근원이 보일 경우에는 자막을 생략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서, 보이는 소리와 보이지 않는 소리를 구분하면서 영화를 다시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음악같은 경우에는 처음에 악기 정보를 위주로 설명했지만, 그것보다 분위기를 설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덕분에 음악에 대해서 다시 돌이켜보기도 했습니다.
화면 해설 작업은 그보다 더 어려웠습니다. 무의식적으로 보이는 것을 설명하다 보니 “~해 보인다.”같은 표현을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피드백을 받는 과정에서, 단순히 보이는 것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화면 속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고, 등장인물의 행동과 감정 그리고 상황들을 설명할 수 있는 새로운 동사와 형용사를 찾아내야 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문장 자체가 능동적인 형태로 바뀌는 것을 경험하였고, 또 하나의 새로운 <겨우살이> 대본을 완성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감각에 대한 예민함이 보다 더 섬세한 태도를 취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고, 글 자체로써 능동적일 수 있는 방법을 배우는 소중한 경험이 되었습니다.
신율 영화 <별나라 배나무>는 나래이션의 음성과 함께 공간을 이동하게 됩니다. 그리고 배밭의 사계절을 담고 있기도 합니다. 가장 어려웠던 지점은 공간을 말의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었습니다. ‘화면에서 보이는 배밭의 모습을 어떻게 전달해야 마치 그곳에 있는 것처럼 느껴질까?’ 고민하곤 했습니다. 또, 작성한 화면 해설 자막을 다시 읽을 때는 저의 표현법과 영화의 컷이 사뭇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잘 표현하고 있나?’ 의구심도 들었습니다. 영화 구성과 단조로운 저의 언어 표현법이 확 느껴졌습니다. 말의 표현법도 다양하고 섬세하게 쓰고 싶단 마음이 커졌습니다.
김해진 프로덕션 들어가기 전에 배리어프리 대본을 작성하고 들어가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배리어프리 대본에는 캐릭터의 표정을 나타낼 수 있는 단어를 고민해야 해서 인대요. 항상 현장에서 어렵다고 생각한 디렉팅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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