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영화 시나리오 기획개발 & 단편영화 제작 지원 사업 ‘슛 인 전주’ 공모에 소중한 프로젝트를 가지고 참가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슛 인 전주’ 장편영화 시나리오 기획개발 부문 수상작
최우수작
<실종> 김동은 감독
우수작 (작품 가나다 순서)
<둔갑> 남순아 감독
<해빈의 영화> 이승준 감독
‘슛 인 전주’ 단편영화 제작 지원 사업 부문 수상작
최우수작
<살아나> 김태휘 감독
우수작 (작품 가나다 순서)
<목인> 이명륜 감독
<송주의 시> 김시언 감독
‘슛 인 전주’ 장편영화 시나리오 기획개발 지원 사업 부문 심사평
한국 영화 불황기에 굴하지 않고 2024년 ‘슛 인 전주’ 공모에 지원해주신 많은 분께 감사드립니다. 예상을 뛰어넘는 많은 지원작 속에서 여기저기 싹 트고 있는 신선한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여전히 한국 영화계에 희망이 많다는 생각에 심사위원 모두, 안도감이 드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심사위원들은 독창성, 발전 가능성, 제작 현실성을 기준으로 치열한 토론 끝에 세 작품을 선정하였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잊지 않으려 했던 것은 ‘우리는 늘 선을 넘지’라는 영화제의 슬로건이었습니다. 전주국제영화제에서만 만날 수 있는 새로운 영화는 무엇인가?’라는, 개성과 다양성을 담보한 화두를 절대 놓치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최우수작, <실종>은 장애아를 둘러싼 각 인물의 안일함이 모여, 예상치 못한 사건을 일으키는 과정을 세밀화로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많은 사회 문제를 다룬 작품들은 문제의식에는 공감하게 하지만, 교훈적으로 끝나거나 신문의 사회면을 읽은 것 같은 표피적인 느낌을 주곤 합니다. 그런데 <실종>속의 인간군상들은 ‘우리’의 무심한 모습과 밀접히 닮아있기에 부끄럽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우리’의 모습을 날카롭게 비판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이후 우리는 스스로를 어떻게 용서하고 또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라는 질문까지 밀도 있게 담고 있어 묵직한 울림을 주었습니다.
우수작, <둔갑>은 치매라는 소재에 ‘여우누이’ 설화를 접목한 창의적인 작품입니다. 이번 공모전에서는 노인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들이 다수 있었습니다. 그중에 <둔갑>은 가장 눈에 띈 작품이었습니다. 치매에 대한 인간의 근원적인 두려움을 공포라는 장르로 흥미롭게 변주해 새로운 대중 영화가 될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캐릭터의 풍성함이 보완된다면 완성도 있는 시나리오가 될 수 있을 거라 기대됩니다.
우수작, <해빈의 영화>는 해빈이라는 삐뚤어질 대로 삐뚤어진 초등학교 아이의 짠한 성장담입니다. 해빈에게 우연히 들이닥친 영화 만들기가 스스로 원하는 삶의 모습이 무엇인지 알게 하고, 결국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까지 성장시키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아이뿐 아니라 결국 인간은 이런 좌충우돌 속에서 성장한다는 사실을 옅은 미소를 지으며 공감하게 합니다.
그 밖에 <블루스 플랜>, <조창섬유 방지선>, <아무튼, 가족>, <닭보다 못한 자식들>, <엘리펀트 걸> 등 심사위원들의 난상토론을 이끈 수작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영화에 정답이 없는 것처럼 이 작품들도 저마다의 과정을 겪으며 영화화되리라 굳게 믿고, 어렵게 세 작품을 선택했습니다. 이 작품들뿐 아니라 심사위원들이 만난 많은 작품이 스크린 속에서 저마다의 개성으로 빛나기를 바라며, 참여한 모든 분을 응원합니다.
심사위원 김다영 감독/작가, 김주호 감독, 민소연 작가, 이태연 프로듀서
‘슛 인 전주’ 단편영화 제작 지원 부문 심사평
2024년 11월, ‘슛 인 전주’ 공모 사업이 시행되었습니다. 단편영화 제작 지원 사업에는 총 115편의 작품이 응모되었으며, 치열한 심사 끝에 최종 3편이 선정되었습니다. 짧은 모집 기간과 한국 영화계의 불황에도 예상을 웃도는 많은 관심과 지원에 감사드립니다. 창작에 대한 열의와 고민의 흔적이 가득한 지원작들을 통해 침체된 업계의 불안을 잠시 내려놓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을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선정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지원자께 격려와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심사는 세 가지 기준을 가지고 진행하였습니다. 첫째, 소재가 독창적인가?. 혹은, 평범한 소재의 아쉬움을 다른 요소로 잘 포장하고 있는가?. 둘째, 향후 발전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가?. 셋째, 현실적으로 제작이 가능한 작품인가?.
심사과정에서 가장 아쉬웠던 지점은 소재와 주제의 다양성 부족이었습니다. 엇비슷한 재료를 가지고, 예상 가능한 인물을 통해, 밋밋한 메시지를 도출해내는 작품은 작품의 완성도와 관계없이 큰 매력을 전달하지 못했습니다. 관객은 단편영화를 통해 기성 영화에서 찾아보기 힘든 기발함과 응축된 메시지, 감독만의 실험, 도전 정신을 기대합니다. 성공한 기성품을 답습하는 것 이야말로 감독이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입니다. 이는 시의성, 즉 시대정신의 부재로도 느껴집니다. 아무리 익숙한 소재라 할지라도 현세대만의 시선이 더해진다면 그 결과물은 낡거나 닳지 않을 것입니다.
심사 이후, 개별 멘토링 과정이 포함된 공모 사업 특성을 고려하여 ‘발전 가능성’ 부분도 심도 깊게 논의하였습니다. ‘발전 가능성’이라는 기준 자체가 모호하기 때문에, ‘발전의 방향성이 비교적 뚜렷한 작품’이라고 풀어 설명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제작 현실성 부분에서는 예산을 고려했을 때, ‘작품의 길이와 규모가 적당한가?, 영상으로 적절한 구현이 가능한가?.’ 외에도 전주시 관광거점도시 사업의 일환인 ‘슛 인 전주’만의 의의를 염두에 두었습니다.
최우수작, <살아나>는 처절한 생존 욕구 앞에서 (나름의) 숭고한 사랑도, 황홀한 쾌락도 한낱 수단과 도구로 전락하는 과정을 그려낸 작품입니다. 주인공 여정은 사투 끝에 ‘삶의 연장’에 성공하지만, 가치를 상실한 그것이 불러오는 것은 끝없는 허무입니다. ‘인생이란 진지하게 이야기하기엔 너무 중요한 것이다.’라는 오스카 와일드의 명언처럼 작품은 여러 철학적 사유를 안으로 감춘 채, 판타지와 코미디의 외피를 두르고 있습니다. 현실과 괴리된 시공간, 독특한 캐릭터들이 불러일으키는 예측불허 상황과 우스꽝스러운 행동이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우수작, <송주의 시>는 ‘낯선 이와의 짧은 동행을 통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는 전형성이 강한 로드 무비입니다. 주인공들이 나이에 비해 ‘미성숙한 어른’, ‘성숙한 아이’라는 점도 익숙한 구성입니다. 그들의 여정 끝에 주어진 깨달음이 ‘가족의 소중함’이라는 것도 새롭지는 않습니다. 이번 지원작 중에도 비슷한 소재, 주제를 다룬 작품이 많았습니다. 그 중, <송주의 시>가 눈에 띈 이유는 ‘시’라는 매개체를 이용한 감정표현의 섬세함이 돋보였기 때문입니다. ‘시’를 표현하는 방식이 좀 더 다양해지고, 풍부해진다면 완성도 높은 시나리오가 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우수작, <목인>은 자신이 나고 자란 숲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한 남자의 투쟁기입니다. ‘환경이냐, 개발이냐.’는 오랜 세월 전 세계인의 쟁점 화두였습니다. 수많은 논의와 여러 대안의 모색에도 불구하고, 학자와 전문가가 전망한 지구의 미래는 밝지 않습니다. 2024년의 대한민국은 대규모 그린벨트 해제를 추진하고 있고, 많은 이들이 계산기를 든 채 재산 축적에 열을 올립니다. 일회용 커피 컵을 든 우리의 모습도 그들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주인공 ‘남자’의 투쟁은 무모하고, 어리석습니다. 동시에 숭고합니다. 군더더기 없는 스토리 진행과 강렬한 이미지, 선명한 메시지까지 3박자가 잘 맞아떨어진 시나리오입니다.
선정된 세 작품에 대해 진심 어린 축하와 완성작에 대한 희망찬 기대를 보냅니다.
그 밖에 <나만 아는 이야기>, <방문자들>, <뷰티풀 영란>, <정처> 등 수상작 논의에 오랫동안 불을 지핀 여러 수작이 있습니다. 심사위원들의 선택은 ‘정오(正誤)가 아니라’이 아니라 ‘호오(好惡)의 영역에 가깝다.’는 것을 밝힙니다. 모든 지원자들의 끊임없는 노력과 도전을 응원합니다.
심사위원 김성한 감독, 신창환 프로듀서, 조슬예 감독, 최진영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