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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의 레드 콤플렉스를 건드리다_<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 정윤석 감독
2017-04-28 15:04:00

‘북괴의 지령이 내려졌다! 애국시민 예매하라!’ ‘김구짱! 김구짱! 김구짱! 이승만 병신!!!’

정윤석 감독은 전주에 내려오자마자 전주라운지부터 들러 자신의 영화 홍보 현수막을 직접 매달고 있었다. 배급사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탓이다. 도발적인 현수막 문구를 보니 “할 수 있는 건 모두 해보려고 한다”는 정 감독의 말이 허투로 들리지 않는다. 전작 <논픽션 다이어리>(2013)에서 지존파 연쇄살인사건을 다루며 1990년대에 현미경을 들이댔던 그다.

<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는 장성건(보컬·베이스)과 권용만(드럼·작사) 두명으로 구성된 펑크 자립음악가를 다룬 다큐멘터리다. 밤섬해적단은 사회 투쟁의 현장을 찾아 비정규직, 청년 실업,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반대, 홍대 두리반 투쟁 등 여러 문제를 풍자하는 노래를 불렀다. <논픽션 다이어리>를 찍기 훨씬 전이었던 2011년, 정윤석 감독은 “그들의 노래 가사에 꽂혀 그들을 소재로 한 인물 다큐멘터리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데뷔 앨범 《서울불바다》에 수록된 곡들은 “듣는 음악보다 읽는 음악에 가까웠”고, “소음 같은 그들의 곡은 ‘이명박근혜’의 한국사회 10년을 쏙 빼닮았”다.

영화의 전반부가 장성건과 권용만의 ‘케미’를 보여준다면 후반부는 박정근의 트위터 국가보안법 사건(북한을 농담 소재로 삼기 위해 북한의 ‘우리민족끼리’ 트위터 멘션을 풍자하는 글을 올렸다가 북한을 찬양, 고무했다는 혐의로 구속 기소된 사건. 대법원은 사진사 박정근에 대해 무죄를 확정했다.-편집자)을 다룬다. 화면을 가득 채우는 붉은색의 타이포, 과감한 내용의 텍스트, 현란한 모션 그래픽 등 다양한 시각적 장치는 한국 사회의 금기인 북한과 그것을 이용하는 레드 콤플렉스를 정면으로 비판하는 이미지이자 미장센이다. 그가 이 영화를 통해 “왜 하고 싶은 것을 했다는 이유로 억압을 받아야 하는가”라는 거대한 질문을 던진다.

경쟁부문의 유일한 한국영화로서 첫 공개를 앞둔 그는 담담해보였다.

“이번 영화를 만들면서 자기검열이 심했다. 그걸 극복하려고 했다. 목표는 하나, 새로운 영화를 만들자.” 그의 각오대로 배짱이 두둑한 물건이 제대로 나왔다.

글 김성훈·사진 박종덕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