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단편경쟁’ 본선 진출작 발표
2016-03-02 10:35:00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단편경쟁’ 작품 공모에 소중한 작품을 출품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올해는 15편의 극영화, 1편의 다큐멘터리, 3편의 실험영화, 2편의 애니메이션이 선정되었습니다. 심사위원들의 숙의를 거쳐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단편경쟁’에서 상영될 21편의 작품을 아래와 같이 선정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한국단편경쟁’ 본선 진출작 (가나다 순)

1) <가슴의 문을 두드려도 Knocking on the Door of Your Heart> (최윤태) | Korea | 2016 | 28min | HD | color

2) <날 좋은 날 May Okay> (정태완) | Korea | 2015 | 10min | DCP | b&w

3) <농담 Joke> (정지영) | Korea | 2015 | 12min | HD | color

4) <동물원 Zoo> (김세현) | Korea | 2015 | 21min | HD | color

5) <모두의 게임 The Game of All> (조예슬) | Korea | 2016 | 10min | HD | color

6) <몸과 마음 Body and Soul> (장은주) | Korea | 2015 | 11min | Digi-Beta | color

7) <비상 Soar> (홍상유) | Korea | 2015 | 10min | HD | color

8) <빗속을 혼자서 Alone in the Rain> (김가령) | Korea | 2015 | 18min | HD | color

9) <사슴꽃 Deer Flower> (김강민) | Korea | 2015 | 8min | DCP | color

10) <사일런트 보이 Silent Boy> (박근영) | Korea | 2015 | 29min | DCP | color

11) <순환하는 밤 Cyclical Night> (백종관) | Korea | 2016 | 15min | HD | b&w

12) <씨유투머로우 See You Tomorrow> (변승민) | Korea | 2015 | 22min | HD | color

13) <어른이 되기 전에 Before I Grow Up> (이준섭) | Korea | 2015 | 25min | HD | color

14) <여름밤 Summer Night> (이지원) | Korea | 2015 | 25min | HD | color

15) <우주비행사들 The Astronauts> (손경수) | Korea | 2016 | 14min | HD | color

16) <적막의 경관 A Landscape between Past and Future> (오민욱) | Korea | 2015 | 20min | HD | b&w/color

17) <질식 Breathless> (박준석) | Korea | 2015 | 14min | HD | b&w/color

18) <천막 A Tent> (이란희) | Korea | 2016 | 30min | HD | color

19) <플라이 Fly> (임연정) | Korea | 2016 | 28min | HD | color

20) <햄스터 Hamster> (김세인) | Korea | 2016 | 29min | HD | color

21) <화분에 심어진 여자 The Woman Who was Planted in a Pot> (이정우) | Korea | 2015 | 18min | HD | color

‘한국단편경쟁’ 심사평

올해 출품된 작품들에서는 예년에 비해 다양해진 주제들과 천편일률적인 형식으로부터 탈피하려는 시도가 엿보였다. 긍정적인 변화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무난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다소 거칠고 편파적으로 보일지언정 자신의 문제를 치열하게 밀고 가는 힘을 느끼게 하는 작품들이 드물었다. 출품작들을 단순히 몇 가지 경향으로 범주화할 수 없게 된 점은 반가웠지만, 논쟁거리를 던져주는 무모하고 용감한 영화를 찾기 어려웠다는 점은 아쉬웠다. 그런 작품들 중에서 선정된 올해의 상영작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확신을 주면서도 자신이 다루는 소재와 장르를 무조건적으로 믿지 않는, 말하자면 자신에게 의문을 던지는 방식으로 그 세계를 지탱하는 영화들이다. 뻔한 소재는 있어도 뻔한 영화는 없다는 사실, 그러니까 소재를 바라보는 태도가 결국 형식적인 고민에서 나온다는, 영화의 가장 근본적인 전제를 증명해 보이는 작품들이었다. 그것은 때로는 한 장면에 내재된 폭발적인 힘이기도 했고 끈질기게 스스로를 응시하는 집요함이기도 했으며 일상을 낯설게 감각하는 재기발랄한 상상력이기도 했다. 이 영화들이 다루는 내용이 연애담이든 성장담이든, 혹은 우리가 그동안 숱하게 봐왔던 벼랑 끝에 내몰린 현실의 이야기든, 이들은 그 소재를 취할 때 뒤따라오는 전형성, 상투성과 대결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었다. 한 편의 영화가 매혹적으로 경험되는 건 결국 주제가 아니라 형식의 문제라는 점, 더욱이 단편영화야말로 그 점을 과감하게 시도해볼 수 있는 무궁무진한 세계라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해 준 시간이었다.

한국단편경쟁 예심 심사위원 남다은

이 글을 쓰기 전, 작년의 심사 결과와 올해의 심사 결과를 비교해보았습니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통상적인 장류 분류법(극영화, 다큐멘터리, 실험, 애니메이션)에 따를 때, 최종적으로 선정된 작품들 사이의 양적 분포가 작년과 거의 같다는 것입니다. 미리 분명한 원칙으로 정해 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2차 예심에 오른 작품들을 하나하나 검토하며 결정해 나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비슷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동일한 심사위원들이 심사를 했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 여기에서 ‘단편’이라는 형식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영화들의 배경과 성격을 객관적으로 반영하고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정도라는 측면에서 볼 때, 극영화와 다큐멘터리는 작년과 비슷한 수준이었던 반면, 실험영화는 강세를 애니메이션은 약세를 보여주었습니다. 다큐멘터리와 애니메이션은 2차 예심에 오른 작품의 수 자체가 매우 적었고, 실험영화는 상대적으로 많은 작품이 올라와서 긴 논의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극영화와 실험영화가 높은 경쟁률을, 다큐멘터리와 애니메이션이 낮은 경쟁률을 보여준 셈입니다. 극영화와 관련하여 흥미로운 현상이 하나 있었습니다. 단편 극영화는 창작자 자신이 성장기에 가졌던 체험과 정서를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고 여겨지는 작품들이 압도적으로 많은데, ‘왕따의 기억’이 많아보였던 작년에 비해 올해에는 ‘(풋)사랑의 기억’이라고 부를 만한 소재가 많았고, 따라서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여주었다는 것입니다. 이 변화의 의미가 무엇인 지가, 쉽게 대답할 수 없는 질문으로 남습니다.

한국단편경쟁 예심 심사위원 변성찬

올해 출품된 영화 661편 중 총 21편의 작품이 본선에 올랐습니다. 이 중 극영화 15편을 제외하면 실험영화 3편, 애니메이션 2편, 다큐멘터리가 1편입니다. 사적다큐멘터리 내지 다큐에세이에 대한 주관적 오해 속에 범작 이상의 다큐멘터리가 적은 현상이 아쉬운 한편, 한국 콜텍 노동자들이 실명으로 등장하는 극영화 <천막>의 경우는 어설픈 다큐멘터리로 도달하기 어려운 현실의 감각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습니다. 수준 높은 완성도와 함께 서늘한 감각을 선사하는 <사슴꽃>과 명랑한 게임 이미지를 차용해 폐쇄된 세계의 무한지옥을 그려낸 <모두의 게임>은 시도와 탐색이 돋보이는 애니메이션 작품들입니다.

바닥 모를 상실감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라는 실존적 문제가 전 세대의 경험이 되었다는 점은 ‘취업’을 소재로 한 올해의 많은 응모작들을 통해 분명히 확인됩니다. 그 와중에 <여름밤>의 경우 사소한 부채감과 사소한 배려의 불공정한 교환관계를 섬세하게 조율해 간 인상적 작품입니다. <햄스터>, <동물원>, <어른이 되기 전에>, <가슴의 문을 두드려도> 등 소년 소녀의 경험을 따라가는 영화들은 학교라는 공간에 얽매이지 않고 일상과 비일상의 공간에서의 정서적 경험에 주목합니다. 청춘영화에서는 활력이 사라지고 아이러니와 냉소가 전면화 되었는데, 구원에 대한 기대는 부재하고 슬픈 초월만이 남았습니다. <비상>, <날 좋은 날>, <우주비행사들>과 같은 영화는 이러한 경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현실과의 응전 내지 환상과의 사투 속에서도, <화분에 심어진 여자>는 기이한 시선의 모험을 따라가며 묘한 접점을 찾아낸 올해의 인상적 작품입니다. 사실주의 극영화 내지 본격 다큐멘터리의 퇴조는 영화적 형식에 포착되기 어려울 정도로 엄혹하게 일그러진 현실의 기괴성에 대한 방증인 듯하여 서늘해집니다. 그만큼 올해의 극영화의 경우 판타지나 창작에 대한 메타적 개입을 배제한 순수한 사실주의적 극영화에서 기대 이상의 작품을 찾기가 어려웠던 것이 사실입니다.

한국단편경쟁 예심 심사위원 송효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