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좀비병 엔데믹 시대. 이제는 좀비들이 인간의 탄압을 피해 도망쳐야 한다. 좀비 소탕팀에서 일하는 계약직 공무원 나희는 말하는 좀비 은비를 알래스카로 피신시키기 위해 긴 여정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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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의 밤 부문 유일한 한국영화 <차가운 것이 좋아!>는 전형적인 장르영화라기보다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풀어내기 위해 장르라는 틀을 이용한다. 국가인권위원회의 16번째 인권영화 프로젝트이자 <혼자 사는 사람들>(2021)의 홍성은 감독이 연출한 영화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차가운 것이 좋아!>가 피가 넘쳐흐르고 괴성이 울리는 본격 좀비영화가 아니라는 것은 짐작이 가능하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었던 입장에서 좀비 출현이 현실화되지 않으리라 장담할 수 없긴 하지만, 이 영화에 등장하는 좀비의 경우 소수자에 대한 은유라고 보는 편이 맞을 것 같다. 이 좀비들은 최소한 영화 안에서만큼은 타인에게 큰 피해를 준 바 없고(후반에는 심지어 생명을 구한다), 제거 대상으로만 존재한다. 나희가 은비를 비롯한 좀비들을 알래스카로 피신시키려 한다는 큰 줄거리 속에서 재미있는 것은 캐릭터들이다. 결혼도 하지 않았는데 남자친구와 예비 시어머니에 끌려다니는 계약직 공무원 나희나 좀비가 돼 불안하게 살아가는 와중에도 로맨스를 꿈꾸는 은비, 좀비를 이용해 먹고 살던 준혁과 미영 남매 등은 흥미로우면서도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현실적인 인물들이다.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1968) 같은 영화를 기대하는 분 보다는 <웜바디스>(2013) 풍 영화를 좋아하는 분에게 추천한다. (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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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urrrong | pourrrong@naver.com
홍성은
HONG Sung-e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