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천국’ 부문에서는 다양한 세대의 관객을 아우르는, 작품성과 대중성을 갖춘 영화들이 소개된다. 그만큼 ‘월드시네마’ 못지않게 완성도 높은 영화들을 더 가볍게 만날 수 있는 부문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3편의 일본영화와 1편의 대만영화를 만날 수 있는데, 다른 부문에서 동아시아 작품들이 예년보다 조금 부진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래도 시네마천국에는 감동과 함께 생각할거리를 주는 작품들이 선정되었다. 일본 이시이 유야 감독의 신작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은 이케마츠 소스케와 오다기리 죠 같은 일본의 유명 배우들과 최희서, 그리고 김민재 배우가 출연했고, 한국 스태프와 100% 한국 로케이션 촬영을 했다는 점에서 일본영화지만 새로운 시도를 보여 주고 있고, 대만 작품 <짱개> 같은 경우는 대만 출신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주인공이 겪는 차별을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같은 환경의 감독이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풀어내면서 우리의 고정관념과 배타적인 사고방식을 반성하게 한다. 일본의 다큐멘터리 <재즈 카페 베이시>도 일본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재즈 카페’라는 독특한 문화 공간을 그 역사와 함께 보여 주는 흥미로운 작품이다.
한편 20대 초반의 발달 장애인 아들을 키우며 살고 있는 아버지가 아들을 독립시키려는 어머니와 충돌하며 아들을 데리고 가출을 하게 되는 마음 아픈 사연을 그린 가족영화 <아빠와 아들>, 열한 살의 터키 소년 유수프와 그의 가장 친한 친구인 메모와의 우정, 그리고 무관심과 책임 전가에 급급한 어른들의 모습을 아이들의 시선으로 그리며 권위적이고 폭력적인 문화를 고발하고 있는 <보호자>, 그리고 할머니와 라트비아의 작은 마을에서 사는 마르쿠스가 마을 사람들의 편견과 폭력에 맞서 자신의 꿈을 펼치고자 하는 눈물겨운 노력을 보여 주는 <마르쿠스의 비밀>은 가족과 친구, 그리고 공동체 안에서 발버둥치는 주인공들을 그리고 있는 작품들이다.
특히 올해는 반려견에 대한 아르헨티나의 다큐멘터리 <강아지와 함께한 날들>을 준비했는데, 이런 작품들을 편한 마음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시네마천국만의 매력이지 않을까.
(전진수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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