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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스포츠는 정복력, 강인함을 드러내는 남성의 표상이라 여겨져 왔다. 그러나 세상의 많은 생각과 역사가 그렇듯 조금만 더 살펴본다면 위의 생각은 그릇된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표면 위로 드러나는 것 외에도 수많은 인물과 사연이 있고, 여기서 소개하는 4편의 다큐멘터리야말로 이를 입증하는 사례이다.

방직 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국가대표 배구 선수가 된 전설의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있는가? 젊은 여성 노동자들이 일본 아마추어 배구 팀에서 시작해 전 세계 대회에서 무패 행진을 하며 1964년 올림픽까지 진출하는 기적을 일으킨다. 외신들은 이들을 가리켜 ‘동양의 마녀들’이라고 불렀고 이제 70대가 된 이들이 당시의 훈련과 추억을 떠올린다. 에밀리 디킨슨이 쓴 시의 한 구절 ‘마녀의 마법에는 계보가 없다’는 말처럼 이후 누구도 ‘마녀들’의 기록을 깨뜨릴 수도 없었고, 이들이 행한 혹독한 훈련이 이제는 행해질 수도 없기에 당시 시대적 상황을 <동양의 마녀들>이 돌이켜 본다.

체스의 월드 챔피언을 부르는 호칭 ‘그랜드마스터´에 처음 이름을 올린 여성은 노나 가프린다슈빌리로 그의 국적은 조지아였다. 그는 어린 나이에도 남성들을 모두 제치고 마치 극영화에나 나올 법한 기록을 세웠는데, 신비롭게도 냉전 시대 전설적인 체스 마스터가 된 네 명의 여성 마스터가 모두 조지아에서 나왔다. 인구 370만 명이 조금 넘는 유럽의 작은 국가에 어떤 비밀이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여왕에게 영광을>은 생각 속에서 기적을 일으키는 스포츠를 즐겨 온 이들의 재회를 담았다.

시인 이바라기 노리코는 “아아 우리가 / 더욱 더 욕망하지 않는 한 /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는다.”고 ‘더 강하게’에서 주장한 바 있다. <서핑하는 여자들>은 스포츠산업에서 편견과 차별 대우를 받으며 전문 서퍼로 데뷔했지만, 노리코의 정신을 잇듯 자신의 즐거움을 포기하지 않으며 당당히 임금 격차를 줄이려 목소리를 낸 여성 서퍼를 주목하는 영화다. 서핑의 역사를 돌아보며 욕망의 대상으로서의 여성의 몸이 아닌, 자연을 다스리는 중력과 파도와의 대면을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하는 몸으로의 환희를 느낀 이들을 만날 수 있다.

<세상을 드는 소녀들>은 영웅의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하루하루, 한 단계 한 단계 연습으로 단련하는 소녀들의 이야기다. 어떤 소녀는 경기 결과에 기복이 심하고, 그가 존경하던 ‘독설’ 코치에게는 더 이상 의존을 할 수 없게 된다. 그럼에도 에이드리언 리치의 시구절처럼 움직임 하나하나가 다음 움직임을 만들기에 소녀들은 여전히 연습을 하며 나아간다.

이 영화들을 보고 극장을 나오는 관객들이 이 섹션의 제목을 확언할 것이다.
‘스포츠는 여성의 것’이라고.

(문성경 프로그래머)​

 

세계 각국에서 제작된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을 만날 수 있는 ‘월드시네마’ 부문은 ‘영화제 프로그램의 허리’를 맡고 있는 중추적인 부문이라고 할 수 있다.

올해는 18편의 작품이 관객과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는데,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가수이며 그 이전에 멋진 예술가인 파올로 콘테에 대한 음악 다큐멘터리 <파올로 콘테, 잇츠 원더풀>, 칼 마르크스의 막내딸로 노동 운동과 여성의 권리를 위해 싸웠던 엘리너 마르크스의 삶을 그린 극영화 <미스 마르크스>, ‘길거리 스냅 사진의 왕’이라는 별명과 함께 60년 동안 거리 풍경과 사람들의 모습을 스냅 사진으로만 담아 온 모리야마 다이도의 예술 세계와 그의 사진집을 발간하려는 북 디자이너의 노력을 담은 다큐멘터리 <사진가 모리야마 다이도: 과거는 항상 새롭고, 미래는 늘 그립다>, 복역 중인 죄수들과 함께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만드는 한 연출가의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그린 <빅 히트>, 실력에 비해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진입조차 쉽지 않은 여성 디제이들의 현실과 그것을 이겨 내려는 노력을 보여 주는 <언프리티 DJ>도 주목할 만한 작품들이다.​

한편 2018년 스웨덴 의회에서 청소년 기후 행동을 시작한 이래 환경 운동의 세계적인 아이콘으로 떠오른 소녀 그레타 툰베리의 모습을 담은 <그레타 툰베리>, 출소한 전직 야쿠자가 이 사회에 편입되는 과정을 통해 바르게 산다는 것은 무엇인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적응할 가치가 있는 멋진 세계인지 묻고 있는 야쿠쇼 고지 주연의 <멋진 세계>, 시리아 독재 정권에 맞서 민주화를 외치다 체포된 형을 찾아 망명지인 오스트레일리아를 떠나 위험 가득한 고향으로 돌아온 통역가 사미의 위태로운 모습을 긴장감 넘치게 보여 주는 <자유의 통역사>, 도버 해협을 사이에 두고 한 남자를 사랑한 두 여자의 미묘한 이야기 <사랑 뒤에 남은 두 여자>, 요시무라 아키라의 원작을 영화화한 프랑스 감독 도미니크 리에나르의 <어둠 속의 빛> 등 다양한 장르와 주제의 작품들을 월드시네마 부문에서 만날 수 있다.​

[전진수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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