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국제영화제를 3년째 꾸려오고 있는 김영진 수석 프로그래머와 이상용, 장병원 프로그래머를 한 자리에 초대했다. ‘집중, 독립, 대안’이라는 영화제의 기조에 맞춰 운영상의 변화를 꽤한 부분과 주력하는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프로그래머들은 “영화제의 안정적인 판이 짜졌다. 그동안 해온 다양한 시도가 하나의 결과로 나오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의 작품 경향부터 짚어 달라.
김영진 국내영화는 극영화의 연성화와 다큐멘터리의 약진이 눈에 띈다. 세상이 워낙 시끄럽다보니 다큐멘터리스트들이 할 이야기가 많아 보인다. 대표적으로 전 MBC PD였던 최승호 감독이 만든 <자백>(2016)은 한국저널리즘의 현재에 대한 비판적인 고발이다. 전주국제영화제의 장편 제작 지원 프로젝트인 ‘삼인삼색’은 전주시네마프로젝트로 개칭했다. 제작뿐 아니라 배급, 개봉까지 지원하는 플랫폼의 성격을 강화하려 한다. 국내의 가장 우수한 독립영화가 이 프로젝트를 통해 만들어지길 바란다. 자국의 우수한 영화들이 더 많아져야 세계적인 감독들도 더 자주 전주를 찾지 않겠나.
장병원 차기작 혹은 차차기작으로 국제적인 주목을 받을 만한 감독들이 국제경쟁 부문에 많다. 한 예로 35mm로 찍은 <쇼트 스테이>(2016)는 상당히 이상한 영화다. 감독이 영사 기사 출신으로 엄청난 영화광이다. 지난해 영화제 상영작이었던 <포 더 플라즈마>의 감독과 친구 사이다. 미국 인디영화의 한 경향을 엿볼 수 있다. 또 한국 관객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라틴아메리카와 동유럽, 그리스의 감독들의 작품도 꾸준히 소개해오고 있다.
전주시네마프로젝트의 전신인 삼인삼색으로 제작된 <자유낙하>(2014), <설행_눈길을 걷다>(2015) 등이 개봉까지 하는 성과가 있었다.
김영진 이 프로젝트는 투자해서 수익을 내는 게 목적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제작 지원에 방점이 찍혀있다. 물론 개봉 후 어느 정도 수익을 내면 더 좋겠지만.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것만큼은 확실하다.
이상용 올해 전주시네마프로젝트 중 한편인 <우아한 나체들>(2016)처럼 국제적인 감독들과의 콜라보레이션도 계속 모색 중이다. 2014년 <공포의
역사>(2014)로 국제경쟁부문 대상을 수상하고 지난해에는 삼인삼색으로 <엘 모비미엔토>(2015)를 제작한 벤자민 나이스타트 감독은 이후 다른 국제영화제에도 초청됐다. 이런 행보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좀 더 야심을 드러내보자면 국내 시장에서도 크게 어필할 수 있는 영화들이 만들어지길 바라본다.
CGV 전주 고사동 지점, 전주라운지 내 야외상영장 등이 새로 생기면서,상영관이 모두 고사동 영화의 거리로 집중됐다.
이상용 올해처럼 밀집된 형태로 상영관을 확보한 적이 없었다. 영화제를 위한 최적의 환경은 아니지만 이후 극장 환경을 조성해 가는데 발판이 될 것이다. 영화제 전용관이 없다보니 공간에 대한 실험을 계속할 예정이다. 또 지난해에 비해 상영 회차는 70% 정도, 관객과의 대화는 50회차가 더 늘었다. 야외무대 인사 등 이벤트성 행사보다는 최대한 극장에서 관객과 감독들이 많이 만나게끔 하려 한다. 영화 관람 문화를 만들고 도시와 함께 하는 영화제라는 생태계가 형성돼 가는데 꼭 필요한 일이다.
지난 몇 년간 하지 않았던 폐막식 부활과 함께 류승완 감독의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2000)의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이 폐막작으로 선정됐다.
김영진 축제 분위기를 영화제 마지막 날까지 끌고 가보자는 의도로 폐막식을 다시 열기로 했다. 계속해서 새로운 시도들을 해나갈 생각이다. 일하는 우리부터도 지루해지면 안 되지 않겠나. (웃음)
글 정지혜·사진 최성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