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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된 깨달음으로부터 나온 영화_ <연애담> 이현주 감독
2016-04-29 23:41:00

“이젠 조금 알 것 같아.” 연애 감정에 설레는 윤주(이상희)는 살포시 볼을 붉히며 말한다. 하지만 부푼 마음은 오래지 않아 꺼지고 만다. <연애담>은 지수(류선영)와 막 연애를 시작한 윤주가 낯선 상황과 감정에 조금씩 적응해가는 이야기다. 이현주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자 한국영화아카데미 장편연구과정 8기 졸업 작품이다.

여성 간의 성애를 다뤘지만 정작 방점은 윤주가 앞으로 나아가는 지점들에 찍혀 있다.

윤주는 이제 막 자기에 대해 ‘요만큼’ 알게 된 아이다. 사실 본인이 동성애자인지 아닌지도 제대로 모른다. 그냥 여자랑 섹스를 했는데 그 경험이 다른 때보다 좋았기에 지수에게 끌린 거겠지. 그렇게 윤주는 스스로를 조금씩 알아가는 거다.

눈에 띄는 건 윤주와 지수가 가족과 주변인들로부터 느끼는 어려움이 전해지는 순간이다. 한국사회 안에서 무언가 결과를 내야만 하는 연령대의 여성이기에 그 어려움은 확장된다. 십 년을 돌아 이제 막 장편 데뷔작을 내놓은 감독의 역사와도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고등학교 때 학교가 멀었다. 자취를 했는데 집에 비디오가 있었다. 교육방송을 보기 위한 플레이어였는데 정작 나는 그 때 뭔지도 몰랐던 유럽영화들을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이공계 계열의 공부를 하고 있었지만 ‘하자센터’를 들락거리며 영화 제작을 배웠다. 물론 처음 찍은 단편은 처참했다. (웃음) 한 편 더 해볼까 싶어 현장 스크립터로 몇 년을 보냈고, 그러다 대학원과 한국영화아카데미까지 갔다.

류선영과 단편 <바캉스> 때 같이 했던 이상희, 두 배우의 사뭇 다른 매력이 잘 드러났다.

<바캉스>는 단편이었기에 짧은 러닝타임동안 관객을 도발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연애담>을 할 땐 그 속의 인물 하나를 더 깊이 들여다보면 어떨까 싶었다. 촬영도 원신원컷을 많이 썼다. 그걸 버텨줄 수 있는 배우가 필요했고 상희씨를 자연스럽게 떠올렸다. <연애담>은 느린 영화다. 섬세하게 연기를 하다가도 한 순간에 감정을 터뜨릴 수 있는 힘이 상희씨에게 있었다. 선영씨는 실제로도 성격이 짓궂다. 그런 점이 윤주보다 앞서가는 지수에게 잘 맞았다. 윤주가 망설이다가 “나 하고 싶어.” 라고 말할 때 지수가 “난 아닌데.” 라고 하는데 그 장면도 선영씨의 아이디어다.

다음 영화도 궁금하다.

여전히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에 마음이 가서 주인공은 여자가 될 것같다. 두 여자가 강도짓을 할 수도 있고, 그냥 우정을 쌓을 수도 있지 않을까. 아직 모르겠다.

글 윤혜지·사진 최성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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