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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은 어떤 장애도 되지 않는다”_ <샌드 스톰> 일리트 젝세르 감독
2016-04-30 23:18:00

국제경쟁부문 상영작인 <샌드 스톰>은 3세대에 걸친 강인한 여성들의 이야기다. 베두인족(아랍 유목민)사회의 한 가정을 중심으로 어머니 자릴라, 큰 딸 레일라, 막내 카스님이 가부장적인 사회 관습에 각각 다른 방식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그렸다. 이스라엘 태생의 일리트 젝세르 감독은 “자신의 뜻과 무관한 결정을 내리게 된 세 여성이 주체적으로 상황을 극복하려는 태도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사진작가인 어머니의 소개로 10년간 베두인족 사회를 관찰할 기회를 얻었다고.

10년간 그들의 삶을 지켜봤고 5년에 걸쳐 시나리오를 썼다. 내가 알고 지내던 18살 소녀에겐 대학을 다니며 만난 남자친구가 있었다. 집안의 요구로 소녀는 그와 강제로 헤어졌고, 그 뒤 모르는 사람과 결혼을 했다. 남편의 얼굴도 첫날밤에야 알았다. 소녀는 내게 “내 딸들에겐 이런 일을 겪게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 일이 그대로 영화의 골자가 됐다.

실화를 영화화하며 가장 조심스럽게 접근한 지점은 뭔가.

문화적 차이에 대한 조언이 필요했다. 베두인족 방언을 온전히 통역해 줄 사람도 필요했고, 대사와 세트에 관해 상세한 코멘트를 해줄 사람도 필요했는데 마을 주민들이 많은 도움을 주었다. 주민들은 배우들이 베두인족 방언을 정확히 구사하도록 3개월 동안 트레이닝해주기도 했다.

당신의 전작 단편 제목이 <카스님>(2010) 아닌가.

맞다. <샌드 스톰>을 만들기 전 워밍업으로 베두인족 사회에 관해 만든 단편이고, 열한 살 소녀가 주인공이다.

영화 연출을 하기까지는 어떤 과정이 있었나.

어릴 때부터 쭉 과학자가 꿈이었다. 생명공학을 전공했는데 스물세 살때 그 꿈을 버렸다. 나는 이야기를 지어내는데 천부적인 아이였기 때문이다(웃음). LA에 1년간 머무르며 나의 여러 가능성을 시험했고 이스라엘로 돌아와 텔아비브 대학에서 영화 비지니스와 연출을 공부했다. 아마도 과학자가 되었다면 경제적으론 안정됐을 지 모른다. 그렇지만 영화 연출은 나에게 무한한 행복감과 성취감을 주는 일이다.

여성으로서나 한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당신도 극복하기 힘든 압박감을 느낀 적이 있을까.

없다. 부모님에게서 난 평등과 존중의 가치를 배웠다. 어머니는 강인한 여성이시다. 집안의 모든 규칙을 스스로 정하셨고, 항상 일과 취미를 놓지 않으신 분이다. 하지만 통계적으로 이스라엘에서 여성 감독이 연출한 영화는 연간 7~8편에 불과하다. 성별은 인간이 무언가를 하는 데 있어 어떤 장애도 되지 않는다는 걸 모두가 알았으면 한다.

글 윤혜지·사진 박종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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