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미르 베이가진 감독은 장편 데뷔작 <하모니 레슨>(2013)으로 제63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진출해 은곰상을 수상했다. 진출도 수상도 카자흐스탄 최초였다. 두 번째 장편 <상처받은 천사>도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 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되며 이젠 명실상부 주목해야 할 감독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카자흐스탄 소년들의 성장을 그리는 한편 절제된 사운드와 정교하게 구성된 프레임을 통해 정적이고도 아름다운 화면을 자아내는 감독이다. 매 장면 한 폭의 정물화 같은 완성도를 선보이는 그에게 프레임의 미학에 대해 물었다.
네 개의 에피소드, 네 명의 소년들이 등장한다. 소년 아슬란의 이야기를 그린 전작의 확장이라고 봐도 되나.
확장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작품에 가깝다. 아슬란의 성장을 중심으로 3부작의 첫 번째가 <하모니 레슨>, 두 번째가 이번 영화다. 세 번째 시나리오(가제 <아슬란의 세 번째 이야기-강>)는 거의 다 완성했다. 3부작 전체를 하나의 영화라고 보면 되는데 이번 작품 <상처받은 천사>가 그 전체를 아우르는 제목이라 할 수 있다. 빨리 제작하고 싶지만 아직 충분한 투자를 못 받아서 여러 펀드를 두드리고 있는 중이다.
카자흐스탄 영화는 아직 우리에게 낯설다.
상업영화들은 꾸준히 제작되고 있다. 예술영화는 90년대부터 해외영화계를 목표로 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개인적으론 <하모니 레슨> 수상 후에 관심도 높아져 두 번째 영화에 대한 지원이 일부 이어졌다. 현실적인 제한이 있지만 점차 저변을 넓히고 있는 중이다.
중첩된 프레임을 자주 활용한다. 어두운 실내와 밝은 실외 강한 대비도 인상적이다. 매 장면 정물화를 그리듯 정교한데.
특정 형식을 선호하거나 맞춘 건 아니고 현실을 그대로 표현하고 싶었다. 90년대 카자흐스탄 경제 붕괴 후 밤이 되면 실제로 모두가 불을 꺼버렸다. 어두운 실내는 미학적인 배치라기 보단 정말 어두웠던 당시를표현한 거다. 부정적인 주변 환경이 사춘기 소년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미장센은 노르웨이 화가 에드워드 뭉크의 영향을 받은 면이 있다. 그의 작품은 정적이고 아름답고 영화적인 테마로 가득하다. 화가지만 매우 영화적인 작가라 생각한다.
네 명의 소년들은 어떻게 캐스팅 했나.
일반적인 캐스팅 작업을 거쳤다. 네 명이 나오지만 비중의 차이는 없다.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초청 받았을 때도 2명만 초대 가능하다고 했지만 결국 4명 모두 함께 갔다. 에피소드별로 구분한 건 형식상의 구별일 뿐 내게 있어 그들은 모두 한 명의 주인공이다. 4개의 에피소드, 3편 영화 모두 하나의 작품인 것과 마찬가지다.
글 송경원·사진 최성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