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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에 담은 예술가의 초상 시네마톨로지_영화를 통해 영화를 말하다
2016-04-30 15:24:00

‘히치콕과의 대화’의 영화 버전

누벨바그의 기수 트뤼포는 서스펜스 스릴러의 거장 히치콕에게 일주일에 걸친 인터뷰를 제안한다. 영화사상 가장 위대한 두 감독이 머리를 맞대고 영화에 관한 기나긴 대화를 나눈다. 한편의 영화 같은 히치콕과 트뤼포의 깊이 있는 대화는 ‘히치콕과의 대화’라는 책으로 출판되었고, <히치콕 트뤼포>는 거꾸로 그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충실히 기록한 다큐멘터리다.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이라면 그 유명한 ‘서프라이즈와 서스펜스의 차이’를 히치콕과 트뤼포의 육성으로 들을 때 뭉클해질 것이다.

가이 매딘 영화의 충실한 안내서

제72회 베니스국제영화제 ‘베니스 클래식’ 다큐멘터리 수상작 <가이 매딘의 천 개의

눈>은 저널리스트이자 영화감독 이브 몽마외르의 신작이다. 이브 몽마외르는 10여년에 걸친 성실하고도 집요한 기록으로 완성한 전작 <감독 미카엘 하네케>에 이어, 이번엔 캐나다 출신 아방가르드 영상예술의 거장 가이 매딘의 작품세계를 탐구한다. 초현실주의와 블랙유머를 넘나드는 가이 매딘의 작품세계를 총망라한 다큐멘터리 <가이 매딘의 천 개의 눈>은 한국에서 접하기 힘든 가이 매딘 영화의 충실한 안내서가 될 것이다.

샹탈 애커만 감독의 영감의 비밀

“‘경력’이란 단어는 내 인생에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경력이 있다면, 계획도 있기 때문이죠. 나는 항상 내가 좋아하고 흥미를 느끼는 일을 해왔습니다”라는 담담한 내레이션으로 시작하는 <나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아: 샹탈 애커만의 영화>는 누구보다 실험적인 영화를 찍어온 시네아스트 샹탈 애커만이 어디서 영감을 얻는지를 좇는 다큐멘터리다. 실험영화의 최전방을 걸어온 샹탈 애커만의 작품세계가 그녀의 일상에서 비롯된다는 발견은 삶과 예술의 관계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좋은 기회로 연결된다.

할리우드 황금기의 내부를 보다

<해롤드와 릴리언: 그들의 일과 사랑>은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새> <스타트렉> 등에 참여한 스토리보드 작가 해롤드와 <누가 버지니아울프를 두려워하랴> <풀 메탈 자켓> <악마의 씨> 등에 참여한 영화연구가 릴리언의 관계와 작품세계를 다룬 다큐멘터리다. 해롤드와 릴리언 부부의 연대기를 통해 할리우드 황금기의 내부를 깊이 들여다보는 작품은, 특히 사실관계에 대한 조사와 연구를 통해 영화감독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자극하는 영화연구가라는 생소한 직업의 이해도를 높이는데 큰 역할을 한다.

‘히치콕의 적자’를 위한 해설서

<프란시스 하>의 감독 노아 바움백과 <영 원스>의 감독 제이크 팰트로우가 공동 연출한 다큐멘터리 <드 팔마>는 ‘히치콕의 적자’라 불리는 브라이언 드 팔마의 작품세계를 다룬다. 긴장감 넘치는 음악과 빨간색으로 강조된 ‘DE PALMA’라는 오프닝크레딧부터 다큐멘터리의 방향성을 짐작할 수 있다. 다른 한명의 게스트 없이 오직 브라이언 드 팔마의 인터뷰와 영화 클립들로 채워진 <드 팔마>는 그의 영화의 정수로 향하는 긴밀한 해설서다. 오직 드 팔마의 육성으로 가득채운 뚝심의 다큐멘터리.

극장은 무엇인가, 관객은 누구인가.

<경이에 빠진 관객>은 ‘영화란 무엇인가’란 화두를 철저히 ‘극장’과 ‘관객’ 중심에서 파고드는 다큐멘터리다. 관객은 영화를 어떻게 수용하는가, 그때 극장이란 공간은 어떤 역할을 하는가에 대한 지극히 영화적인 탐구. <경이에 빠진 관객>은 인터뷰어를 후면에 배치하고 극장 이미지를 전면에 돌출시키는 연출을 통해 관객과 극장의 유기성을 집중적으로 묘사하여, 영화에서 극장이란 공간이 갖는 의미를 되새기게 만든다.

사무엘 베케트의 유일한 영화

<이것은 영화가 아니다>는 부조리극의 걸작 ‘고도를 기다리며’의 작가 사무엘 베케트가 연출한 유일한 영화 <필름>에 관한 다큐멘터리다. <필름>의 삭제 장면, 공개된 적 없는 프로덕션 미팅의 녹음분, 기타 희귀 자료들로 가득한 실험적인 에세이이기도 하다. 희대의 극작가 사무엘 베케트와 불세출의 코미디언 버스터 키튼의 만남이 만들어낸 철학적이고 영화적인 순간들을 엿볼 수 있다.

박제될 수 없는 영화사의 걸작

‘영화사의 기념비적 걸작’이라는 지위에 박제되기엔 여전히 생각할 거리가 많은, 뛰어난 선전영화이자 변증법적 몽타주의 실증 <전함 포템킨>이 탄생 90주년을 맞아 디지털 리마스터링으로 상영된다. 모두가 어렴풋이 알지만 그 실체를 물으면 갸우뚱하게 되는 세르게이 에이젠슈타인의 ‘몽타주 기법’이 어떤 식으로 구성되는지에 대한 교과서적인 <전함 포템킨>을 극장에서 선명한 화질로 다시 보는 건 완전히 새로운 영화적 경험이 될 것이다. ‘영화를 통한 영화의 이해’라는 시네마톨로지의 목적에 이보다 부합하는 작품도 없다.

글 김수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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