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식 목욕탕을 영화적 공간으로 선택한 <스파 나잇>은 한국계 이민자들의 현실과 고민을 내밀하고 개인적인 영역까지 확장했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앤드류 안 감독은 두 편의 단편영화 <앤디>(2010)와 <돌(첫 번째 생일)>(2011)을 연출하며 한국계 이민 2세대의 정체성에 관해 꾸준히 말해왔다.
많은 해외 감독들이 영화제를 찾지만 당신의 감흥은 특히 남다르겠다.
앤드류 안
이민자들은 늘 분리돼 있다는 생각을 한다. 하버드에 진학한 아들이나 사업으로 승승장구한 아버지 등 보편적인 성공담이 많지만 모든 이민자가 그렇진 않다. 난 더 인간적인 삶을 말하고 싶었다. 한인 사회 안에서 내 영화가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걱정됐고 교회가 큰 영향력을 발휘하니까 게이 섹슈얼리티에 대해 말하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소중한 스탭과 배우를 얻게 돼 무척 기쁘다.
한국식 대중목욕탕의 쓰임이 흥미롭다.
앤드류 안
한국인이 아닌 게이들에겐 잘 알려져 있다.(웃음) 목욕탕은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과 게이 주인공의 심리, 문화적 배경을 한 번에 드러낼 수 있는 공간이었다. 하지만 매우 덥고 화면에 항상 김이 서리거나 어두워서 대상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웃음) 땀을 너무 흘렸는지 살도 5kg 가까이 빠졌다.
한국에서 연극을 하던 두 배우는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조연호
촬영감독의 졸업작품에 출연한 인연이 있었다. 소통이 힘들 것 같아 고민했는데 연기란 게 상세한 설명보다 캐릭터를 배우가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도전할 마음을 먹었다.
김혜리
난 10년 이상 뉴욕에서 배우로 활동한 적이 있었다. 해외 작품에서 한국인은 표면적인 캐릭터로 그려지곤 하는데 <스파 나잇>의 인물들
은 친숙하고 섬세했다.
각자의 계획들도 궁금하다.
앤드류 안
한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에서 <스파 나잇>을 개봉할 수 있도록 노력할 거다.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한국계 이민자들을 더 다양하게 그리고 싶다.
조연호
천만 관객 시대다. 국내 메이저 영화들이 소수자의 삶, 개인의 삶에 더 집중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계속 갖고 있을 거다. 크든 작든 관객들에게 신선하고 좋은 영향을 주고 싶다.
김혜리
젊은 배우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어 한동안 연출에 매진했는데 <스파 나잇>에 출연하고 다시 연기 욕심이 생겼다. 아직 들려주지 못한 이야기가 많다.
글 윤혜지·사진 박종덕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