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사흘째, 한국단편경쟁 부문 심사위원 3인을 만났다. 칼맹 보렐 클레르몽페랑 국제 단편영화제 프로그래머, <한공주>(2013)의 이수진 감독, 배우 한예리가 그들이다. 21편의 출품작들을 함께 본 후 심사에 들어가기 직전이었다. 한국 단편작들의 경향과 심사의 지향을 짧게나마 들어봤다.
전주국제영화제로부터 심사위원 제안을 받았을 때 어떤 기대가 있었나.
이수진
영화를 만들어 관객들에게 선보이는 것도 어렵지만 어떤 영화를 지지하는 일도 쉽지 않다. 이상용 프로그래머가 이번에 안 오면 앞으로
볼 일이 없을 거라며 협박을…. (웃음)
한예리
전주국제영화제가 나를 심사위원으로 뽑은 이유가 있으실 테니 내가 잘못된 선택을 하더라도 영화제 측의 잘못이다. (일동 웃음) 영화
상영 시간이 이른 오전이라 영화 보며 졸지 않도록 주의했다. 밤의 술자리도 줄이고 빨리 숙소로 들어가서 잤다.
칼맹 보렐
들떠서 왔다. 힘든 일은 이미 영화제에서 다 해주셨을 테니 영화 보고 수상작만 고르면 된다.
출품작으로 본 한국단편의 경향을 짚어보자면.
칼맹 보렐
한국인들은 사랑에 빠졌을 때나 따돌림을 당했을 때 어떻게 반응하는지 엿볼 수 있었다. 완성도도 높았다. 클레르몽페랑에 가져갈 영화들을 많이 만나고 싶다.
한예리
청년 실업 등 소재 측면에서 당대 한국사회의 문제들이 엿보여 보는 내내 안타까웠다.
이수진
실험영화를 비롯해 다양한 장르들이 있었다. 현재 젊은 창작자들이 크게 고민하는 게 뭔지 알 수 있었다. ‘영화하길 잘했구나’ 싶더라. 감독을 하지 않았으면 나도 영화 속 청춘들처럼 고민하고 있었을 거다.
각각 프로그래머, 배우, 감독으로서 심사의 기준이 조금씩 다르지 않을까.
한예리
저마다의 작품에 다 장점은 있다. 싫어하는 작품들부터 쳐내려가다 보면 좋아하는 게 남지 않을까.
칼맹 보렐
놀라움과 감동을 주는 영화면 좋겠다. 관객으로서 즐기려한다.
이수진
누군가에게 불편함을 주더라도 기존의 틀을 답습하지 않는 용기있는 영화를 지지한다. 기술적, 연기적 완성도보다는 연출자가 하려는 이야기를 고집스레 밀어붙이는 게 중요하다. 나도 단편을 찍으며 ‘내가 계속 영화를 해도 될까’라는 의문에 답을 찾아갔다. 사태의 이면, 감정의 어두운 면을 들여다보길 바란다.
글 정지혜·사진 최성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