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 아워>의 관객은 5시간17분이라는 러닝타임에 한번, 그 시간이 결코 지루하지 않다는 데 또 한번 놀랄 것이다. 30대 네 명의 여자친구들의 일상의 균열을 지켜본다. 이들 중 이혼을 하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준과 강해 보이나 외로운 아카리를 연기한 가와무라 리라와 다나카 사치가 전주를 찾았다. 두 사람은 한국 관객과의 만남이 신기하다. “지난해 11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첫 상영한 뒤 로카르노국제영화제에 이어 오늘까지 세 번 영화를 봤다. 긴 러닝타임에 관객들이 지루해하면 어쩌나했는데 끝까지 함께 해줬다. 중간 중간 웃음도 터뜨려줘 한시름 놨다.”(다나카 사치) 두 배우를 포함해 주인공들 모두 비전문 배우다. 가와무라 리라는 시나리오를 공부 중이고 다나카 사치는 무용수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전작들에 관심이 있어 감독이 기획한 연출 워크숍에 참석한 게 계기가 됐다. 워크숍이 끝나가던 2014년 5월쯤 시나리오를 받았다. “무용수 역시 무대 위에 서는 직업이다. 매체는 달라도 감정을 표현한다는 점은 익숙했다.”(다나카 사치) “감독님이 어떻게 연기해달라고 주문하신 적이 없다. 관찰력이 뛰어나신 분이니 우리들을 지켜보고 극중 캐릭터로 옮기신 게 아닐까.”(가와무라 리라) “활달하지만 소녀 같은 사치”, “엄마처럼 스탭들을 챙기는 리라”가 두 사람이 서로를 본 인상이다. 자연스러운 그들의 연기는 지난해 로카르노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 수상으로 인정받았다. “영화제가 뭔지도 몰랐다.(웃음) 정말 놀랐지만 휘둘리지 말고 차분해지자 했다.”(다나카 사치) 두 사람 모두 연기를 계속할 지는 모르겠지만 새로운 분야에 도전할 생각이라고 한다. 끝으로 다나카 사치가 인상적인 말을 전했다. “<해피 아워>는 러닝타임이 긴 영화가 아니다. 다만 ‘슬로우 무비’일 뿐.” 영화 속 그들의 시간은 그렇게 천천히 흐르고 있다.
글 정지혜·사진 박종덕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