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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바스러져 가는 풍경_ <러브> 가스파 노에 감독
2016-05-04 15:04:00

가스파 노에는 문제적 감독이다. 충격을 통해 질문을 던진다는 점에서 그의 작업은 언제나 논란을 몰고 왔다. 그러나 가스파 노에만큼 인간의 욕망을 제대로 직시하고 정념을 표현해내는 감독도 드물다. <러브>는 제목 그대로 사랑에 집중한다. 적나라한 섹스 장면이 먼저 시선을 사로잡지만 영화가 끝날 무렵엔 환희, 질투, 후회, 집착 등 사랑의 파노라마에 마음을 빼앗길 것이다.

파격적인 정사 장면이 화제다. 게다가 이번엔 3D로 촬영했다.

내 생각엔 파격도, 충격도 없다. 오히려 멜랑콜리하고 감성적인 영화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에서 유일한 폭력은 커플이 싸우면서 욕하는 장면이다. 섹스를 포함하여 나머지 장면은 실제 삶의 모습을 그리려 했다. 섹스 장면은 영상으로 재현할 때 유독 작위적으로 묘사되어 왔다. 내가 늘 해왔던 대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찍고 싶었고, 이번엔 그 대상이 사랑을 나누는 장면이었을 뿐이다.

이전 작품과는 많은 부분에서 달라졌다. 좀 더 정적이고 정밀하게 대상을 그리는 것 같다.

예전 작품들의 카메라는 말하자면 춤을 줬다. 현란한 움직임에 현혹되는 부분들도 있었을 거다. 이번엔 3D 카메라가 너무 크고 무거웠기 때문에 여느 때처럼 카메라를 자유롭게 움직이거나 클로즈업 하기 어려웠다. 스타일이 몇 차례 반복되면 좀처럼 바꾸기 힘들지만 한번 벽을 허물고 나니 새로운 것들이 보였다. 물리적인 제약이 도리어 기회를 준 셈이다. <러브>를 통해 정제된 프레임과 일정한 거리를 통해 멜로디가 만들어지는 걸 체험했다.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처럼!

섹스와 사랑에 대한 묘사는 보수적인 문화권에서는 낯설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사랑을 해서 섹스를 하는 거나 섹스를 하다 보니 사랑이 깊어지거나 사실 크게 다른 것 같지 않다. 그보다는 중독과 집착, 상실감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 싶었다. 내 생각에 섹스는 자극에 대한 중독, 사랑은 관계에 대한 중독이다. 섹스로 인한 뇌 내의 화학적인 작용은 감정과 뒤섞여 마약보다 훨씬 강력한 자극을 안긴다. 플라토닉과 에로스가 결합할 때 그 엄청난 파괴력이란! <러브>는 그 충만함에서 출발해 허기짐으로 향하는 이야기다.

의외로 유머러스한 부분은 머피, 훌리오, 가스파, 노에 등 등장인물들의 이름이다.

내 풀네임이 가스파 훌리오 노에 머피다. 상징적인 해석을 좋아하는 사람은 <인사이드 아웃>처럼 내 안에서 4명의 내가 싸우는 것 같은 상황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웃음) 사실 내 이야기는 아니고 주변 친구들의 사연들에서 영감을 얻었다.

글 송경원·사진 박종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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