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FF 26th LOGO

설득력 없고 문제가 생길지라도, 세상 밖으로_ <우리 손자 베스트> 김수현 감독
2016-05-05 15:33:00

<창피해>(2010), <귀여워>(2004)의 김수현 감독이 오랜만에 신작을 만들었다. 청년 백수, 키보드 워리어 교환(구교환)과 열혈 애국 노인 정수(동방우)가 친구가 되는 이야기다. 정치적 이념에 앞서 외로운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보는 영화다.

제한된 예산과 일정으로 장편을 만드는 전주시네마프로젝트에 참여한 소감이 궁금하다.

한달 준비, 한달 촬영이었다. 하도 빨리 찍으니까 스탭들은 물론이고 교환도 놀라더라. (웃음) 제작 조건이 한계처럼 보일 수도 있었지만 반대로 ‘대안과 독립’이라는 영화제의 취지를 살려볼 수 있는 기회였다. 스탭들의 조직력에 놀랐다. 나로서도 새로운 경험이었다.

극 중 교환이 활동하는 인터넷 사이트 ‘너나나나베스트’, 정수의 ‘어버이 별동대’는 현실의 몇 몇 단체들을 떠올리게 한다.

<나쁜 영화>(1997)에 참여(조감독 겸 각본가)하면서 당시 10대들, 세상의 경계 밖에서 힘들어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했다. 그들이 지금의 20대 같다. 행복해야 할 때에 이들은 좌절감과 박탈감을 느낀다. 그들에 대한 관심으로 조사를 하다가 인터넷에서 활동하는 교환 같은이들을 알게 됐다. 또 무기력하고 마초 같은 면이 있는 어르신들도 보였다. 양쪽 모두 자기들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는 하는데 그게 정말 자기들의 이야기는 아닌 것 같았다. 외롭고

쓸쓸해 보였다. 그런 이들이 등장하는 버디무비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교환과 정수에게는 외로움과 패배감의 정서가 짙다.

사람들에게 웃음과 희망을 주는 방식이 많이 달라졌다. 자기를 희화하고 상대방을 내리 깔면서 자기를 인정받고자 한다. 미디어가 그렇잖나. 그래서 영화에서는 교환이 세상 밖으로 나와 자기를 표현해보는 게 중요했다. 비록 설득력이 없고 문제가 생길지라도.

교환 역으로 감독 겸 배우 구교환이 합류해 큰 힘이 됐다고 들었다.

구교환의 연출작 <연애다큐>(2014)가 재밌었다. 얘기 안하는 듯 할 얘기를 다 한다. 만나보니 차분하고 웃는 모습도 예쁘고. 덕분에 극의 교환이 더 착하게 그려졌다. ‘교환과 정수라는 이 외로운 이들을 마중나가는 영화를 만들어보자’고 했다.

글 정지혜·사진 최성열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