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민 감독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시나리오 전공 졸업작품으로 <눈발>의 시나리오를 썼다. 지도교수인 이창동 감독이 직접 영화 제목을 지어주었다. 이후 명필름영화학교 1기로 입학해 영화를 완성했다. 전주시네마프로젝트로 선정돼 제작지원까지 받은 조재민 감독의 데뷔작 <눈발>은 고성으로 전학 간 소년과 왕따 소녀의 만남을 통해 사회에 만연한 폭력과 그 폭력을 감내하기엔 너무도 무력한 소년의 모습을 그린다.
고향 고성을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를 썼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았지만 서사에 대한 확신의 부족, 자신감의 결여 때문에 첫 연출작은 내가 경험했고 잘 아는 지역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게 맞겠다 싶었다.
실제 경험이 모티브가 된 건가.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중학교 1학년 때까지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던 아이가 있었다. 엄청난 소문에 휩싸여 마녀사냥을 당했던 그 친구는 어느날 마을을 떠났다. 아무도 그녀의 행방을 알 수 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나도 그 친구를 괴롭힌 공범이나 마찬가지였다. 비겁했던 어린 시절에 대한 죄책감이 십수년 동안 이어졌다.
눈이 오지 않는 고장, 단단한 성이라는 뜻을 지닌 고성의 특성이 영화의 서사와 맞물린다.
무너지지 않는 동안엔 단단히 가둘 수 있지만 한번 무너지면 또 쉽게 무너져 내릴 수 있는게 단단한 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민식(박진영)과 예주(지우)가 한쪽이 무너진 성벽을 보고 의아해하는 것도 그런 의미를 담고 싶어서였다.
예주와 민식은 새끼 흑염소를 돌보며 가까워진다.
어린 시절 친구들이랑 산에서 놀 때 산 중턱에서 돌아다니는 염소들을 한두마리 마주치곤 했다. 그 기억이 강렬하게 남아 있어서 영화에 담게 됐다. 한편 예주의 곁에서 끝까지 함께 하는 게 염소인데, 염소가 사라지면 예주가 느끼는 공허함이나 공포도 커질 것 같았다.
박진영(GOT7 주니어)과 지우를 캐스팅했다. 배우들과의 작업은 어땠나.
박진영은 고향이 경남 진해다. 그런데 영화에선 혼자 서울말을 쓴다. 사투리 쓰는 친구들과 연기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사투리가 튀어나와 당황한 적이 있다. 반대로 지우는 서울 친구인데 사투리를 써야 했다. 모두 고생이 많았을 거다. (웃음)
글 이주현·사진 최성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