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의 성과를 자평한다면. 올해 영화제를 앞두고 했을 새로운 고민의 지점도 궁금하다.
이상용 전주국제영화제의 모든 상영관이 고사동에 모여있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극장과의 협조가 아주 원활하지만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는 스크린수를 최대한 많이 확보하려 노력했고, 좌석수가 늘어나면서 상영편수도 229편으로 예년에 비해 20여편 이상 증가했다. 지금까지는 특별전을 하나의 주제나 국가를 기준으로 기획했다면 올해는 마이클 윈터바텀과 송길한 시나리오 작가 등 인물에 포커스를 맞춘 특별전으로 준비했다는 점도 변화다. 특별전의 마스터들을 관객들이 직접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도 의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영진 전주시네마프로젝트(이하 JCP)를 시작한 지 햇수로 4년이 된다. 이제는 비평적 성과와 더불어 지표상으로도 의미있는 성과가 나와야 할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 JCP를 통해 제작된 외국영화의 경우 영화제에서는 반응이 좋더라도 극장 개봉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는 JCP의 세 작품을 모두 한국영화로 선정했다. <시인의 사랑>과 <초행>, <노무현입니다>가 영화제에서의 성과는 물론이고 향후 극장에서 어떤 결과를 거둘 것인지 기대가 된다.
‘프론트라인’이라는 섹션이 신설됐다는 점도 올해의 변화다.
장병원 국내외 영화제의 프로그램을 일별해보면, 하나의 영화제가 매회 중요하게 내세우는 노선이나 색깔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기획이다. 물론 전주국제영화제에는 영화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과 맞닿아있는 ’익스팬디드 시네마’라는 부문이 있지만, 월드시네마 부문에서 좀 더 우리의 노선과 시각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획이 필요하다고 봤다. 최근 월드시네마의 흐름 속에서 논쟁적, 혁신적인 이야기거리를 던져주는 영화들을 우리의 시각으로 선정한 부문이 바로 ‘프론트라인’이다.
한국영화의 경우 다큐멘터리가 강세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사드 문제, 국정 교과서, 박사모 등 한국 사회에서 첨예한 논쟁을 빚은 사안과 인물에 대한 작품들이 눈에 띈다.
장병원 최근의 한국영화 라인업에서 눈에 띄는 경향 중 하나가 ’저널리즘 다큐멘터리’의 부상이다. 밀도 있는 취재력에 연출자 나름의 시각을 더해 만든 다큐멘터리들이 점점 더 주목받고 있다. 사실 저널리즘 다큐멘터리는 전통적 의미에서의 영화 다큐와는 다른 장르로 간주되어왔는데, 그렇기 때문에 영화 다큐멘터리 연출자들이 이런 새로운 경향에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다큐멘터리 특유의 액티비즘에 있어서도 저널리즘 다큐멘터리는 좀 다른데, 예전에는 특정 사안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식이었다면 저널리즘 다큐는 아주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방식으로 해법을 제시하거나 나아가서는 직접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이상용 굳이 영화 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의 담론이 전반적으로 ’팩트 체크’로 변해가고 있는 것 같다. 기존의 다큐멘터리가 이데올로기를 다루는 등 정서적 포지션을 취했다면, 지금은 미시적이고 실제적인 접근을 통해 ’이것이 팩트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쪽으로 가고 있지 않나 싶다.
향후 구상하고 있는 전주국제영화제의 ’빅 픽처’가 있다면.
이상용 크게 세 가지다. 영화제 기간 뿐만 아니라 상시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문화적 공간을 조성하는 것, 지난해 <물숨>과 <연애담>처럼 영화제 상영을 마치고 난 이후에도 한국영화의 흐름에 일조할 수 있는 작품을 발굴하는 것, 스탭들이 다양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밑그림을 그리고 고용안정성을 확보하는 것.
김영진 최근의 한국영화를 보며 어떤 타성에 젖어있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한국영화 문화’에 있어서 의미있는 변화의 흐름을 만들어내는 영화제의 역할을 고민하고 있다. 더불어 내부 구성원들에겐 좋은 직장이, 초청받는 영화인들에겐 영예로운 축제가 되어야 할 거다. 이런 확장성이야말로 영화제의 의미라고 생각한다. 5년째 그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중인데, 여전히 생각이 많다.
글 장영엽·사진 최성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