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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이한 상상, 비범한 감각과 만나다_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3인의 추천작
2017-04-28 14:06:00

김영진 수석 프로그래머

<노무현입니다> Our President

이창재 | 한국 | 110분 | 전주시네마프로젝트

이창재 감독의 <노무현입니다>는 고 노무현 전대통령이 2002년 새천년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되는 과정과 그의 대통령 시절 장면들을 병치시키며 그 두 시기의 노무현에 관한 주변 사람들의 증언을 담은 다큐멘터리이다. 감독은 노무현의 공과를 다루면서 그에 대한 역사적 평가의 마무리는 한국에서 얼마나 시민사회가 성숙할 수 있느냐의 여부와 깊은 연관이 있다고 주장한다. 한편으로 주요 인사들의 노무현에 대한 증언과 생전의 노무현의 인간적인 모습들은 어떤 사람들에게는 울컥 하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게 만든다.

<파란나비효과> Blue Butterfly Effect

박문칠 | 한국 | 93분 | 경쟁부문: 한국경쟁

박문칠의 두 번째 장편 다큐멘터리인 <파란나비효과>는 일상적 삶의 감각에 밀착해 정치 투쟁을 벌이는 평범한 주부들의 모습을 따라간다.

정치의식이 전무했던 평범한 사람들이 개인적 영역에서 다수의 선을 위한 공동체의 영역으로 관심을 옮기게 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그들의 일상적 삶을 세세히 관찰함으로써 친밀감을 준다. 정치는 저 먼 곳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우리 주변의 일상을 관통하는 테마라는 것을 절실히 깨닫게 해준다.

<미스 프레지던트> Mis-President

김재환 | 한국 | 85분 | 코리아 시네마스케이프

박근혜가 청와대에 대통령의 딸로 입성했던 오래된 필름을 보여주며 시작하는 <미스 프레지던트>는 박근혜가 탄핵당하고 청와대를 나오는 것으로 끝난다. 한 개인의 삶은 이렇게 극적으로 대비된 상황으로 귀결되었으나 그가 대통령이 되고 존경받을 수 있었던 대중 신화의 토대는 완전히 무너지지 않았다. 이 다큐멘터리는 박정희, 박근혜 부녀를 거의 신처럼 떠받드는 한 노인과 부부의 일상을 꾸준히 따라가며 박정희,박근혜를 추앙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거의 절대적인 종교적 신앙으로 부녀를 대하는 군중을 보여주는 상당수의 장면들은 큰 충격을 준다

이상용 프로그래머

<리베라시옹 데이> Liberation Day

모르텐 트라빅, 우기스 올테 | 노르웨이, 라트비아 | 98분 | 전주 돔 상영

영화에는 한글 제목이 또렷이 나온다. ‘해방일.’

북한에서 광복절을 표현하는 말이다. 슬로베니아 밴드 ‘라이바흐’가 해방일 공연 초청을 받아 준비하는 과정을 다룬 이 작품은 이전에 만든 외부에서 북한을 바라본 그 어떤 다큐멘터리보다 경쾌하다. 뮤직비디오의 형식과 공연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통해 검열과 통제 그리고 북한의 많은 것이 자연스럽게 보여지는 작품이다.

<계단 내려가기> The Stairs

휴 깁슨 | 캐나다 | 95분 | 경쟁부문: 국제경쟁

토론토의 한 지역에 있는 마약 중독자들을 카메라로 담는다. 상황은 열악하다. 노숙은 물론이고, 성노동을 통해 살아가야 한다. 하지만 이런 삶을 불행하다고 보여주는 영화가 아니다. 기존의 통념들을 넘어서 휴 깁슨 감독은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의 가치를 담고자 한다. 보다 깊숙이, 보다 긴밀하게.

<혁명을 하려던 삶의 절반은 무덤에 묻혀버렸다> Those Who Make Revolution Halfway Only Dig Their Own Graves

마티유 드니, 시몬 라부아 | 캐나다 | 183분 | 프론트라인

‘단풍의 봄’ 시위가*이 지나간 후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삶을 보여준다. 혁명의 기운이 역력한 스타일의 화면으로, 기성 모럴에 대한 저항과 반항의 몸짓을 표현한다.

무엇보다 절망스러운 기운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그것은 잃어버린 열정을 붙잡으려는 영화의 몸짓이다.

장병원 프로그래머

<신이 되기는 어렵다> Hard to be a God

알렉세이 게르만 | 러시아 | 170분 | 알렉세이 게르만 전작 회고전: 유폐당한 반역의 작가

“게르만의 작품을 보고 나니 타란티노의 영화는 디즈니 만화영화 같다.” 움베르토 에코가 이 작품에 대해 던진 촌평이다. 고정관념과 모랄, 이즘과 제도와 타협하지 않는 반골의 기질이 여실히 드러난 <신이 되기는 어렵다>는 게르만 영화 세계의 총화이다. 스투르가츠키 형제의 SF소설을 원안으로 한 영화는 시공을 추정하기 힘든 행성 알카나를 배경으로 괴이한 상상력의 극단을 보여준다.

<꿈길> The Dreamed Path

안젤라 샤넬렉 | 독일 | 86분 | 익스팬디드 시네마

1980년 중반 그리스와 2010년 독일, 30년의 시공간을 비월하여 만나게 되는 연인 테레스와 케네스의 이야기. 케네스는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전갈을 받고 테레스의 곁을 떠난다. 장구한 시간이 흘렀으되 연인은 청년시절의 외양 그대로이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 <꿈길> 은 구불구불한 오솔길을 걷는 백일몽과 같은 체험을 선사하면서 혁명의 이상과 유토피아의 좌절이 은밀하게 교차하는 서유럽의 역사를 환유한다.

<공원의 연인> The Park

다미앙 매니블 | 프랑스 | 70분 | 경쟁부문: 국제경쟁

<비포 선라이즈>의 낭만적인 로맨티시즘, 아피차퐁 위라세타쿤의 시간과 공간의 미스터리, 마노엘 데 올리베이라의 마술적 신비주의가 만난다면? 다미앵 매니블의 <공원의 연인>은 이 모든 걸 하나로 융합한 듯한 영화이다. 설레는 마음으로 공원에서 만난 소년과 소녀가 서로를 탐문하고, 흠모하고, 냉담해지는 과정을 좇는다. 로맨스 서사의 관습성을 제거하면서 장소와 기후의 영기를 화면에 새기는 감각이 비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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