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구상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언제,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출발하게 되었는지 꼭 집어 얘기하긴 어렵다. 다섯 편의 단편을 만든 뒤 여러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과정에서 나오게 된 이야기다.
아르헨티나, 모잠비크, 필리핀 등 세 공간에서 살고 있는 청년들의 이야기가 각각 독립적인데, 세 에피소드가 묘하게 연결되더라.
특정 지역만이 아닌 전 세계 어디서나 일어날 법한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 다양한 공간이 하나의 큰 그림 안에서 연결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세 지역에서 각각 살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 카메라에 담으면서 이야기를 만들어나갔다. 카메라 앞에서 자유롭게 자신의 얘기를 하는 친구가 있었던 반면, 내가 일일이 지시를 해서 찍었던 친구도 있었다.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는 작업 방식인 까닭에 마술 같은 순간도 겪었을 것 같다.
촬영할 때는 언어도, 문화도 달라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도 있었다. 하지만 편집실에서 찍었던 장면들을 보니 촬영할 때 몰랐던 그들의 행동들이 이해가 되었다. 마술 같은 순간이었다. 매직(마술)은 직관과 관련된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생기는 직관들이 모여 만들어낸 결과물인 것 같다. 관객이 영화를 보고 내놓는 감상들 또한 이 영화를 좀 더 풍부하게 만드는 것 같다.
영화 속 청년들은 일자리를 잃었거나 일을 하고 있더라도 일에 큰 뜻이 없으며, 인터넷에 빠져있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한국에서도 익숙한 풍경인데.
그건 나를 포함해 우리 세대들이 살고 있는 모습인 것 같다. 대학을 졸업한 뒤 공부를 더할지, 일을 구할지 고민을 많이 했었다. 그때 다른 나라를 여행 다니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영화 속 인물들과 마찬가지로 나 또한 인터넷을 범람하며 살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더 넓은 세상과 소통할 수 있다. 영화 속 어떤 대사가 소통의 메시지처럼 들리는 것도 그래서다. 몸으로 체화된 경험이 이 영화를 만드는데 많은 영향을 끼쳤다.
아르헨티나, 모잠비크, 필리핀 세 공간은 각기 다른 포맷의 화면에 펼쳐지는데. 공간마다 각기 다른 카메라로 찍어야했던 이유가 무엇인가.
아르헨티나에서는 아리(ARRI) S2를 투입했다. 로케이션 사정 때문에 많아야 두 테이크 밖에 못 갔다. 모잠비크에서는 블랙매직이라는 작은 카메라로 찍었다. 인물이 카메라를 자연스럽게 의식하고, 거리 장면이 많아 사람들이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게 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필리핀 정글 장면은 자연을 온전하게 담아내기 위해 레드원 스칼렛을 선택했다.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나.
차기작은 구상하고 있다. 작은 아이디어 조각들은 있지만 이것들을 어떻게 연결시킬지 아직은 모르겠다. 서로 연관이 없어도 언젠가 하나의 그림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최근에는 기후, 물에 관심이 많다.
집이 없다고 들었는데 이유가 뭔가. 고향인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살고 있는 줄 알았다.
현재 주소지는 프랑스다. 호기심이 많고, 여행을 좋아해 세계 여러 곳을 돌아다니는 게 좋다. 최근에는 영화제 때문에 그렇게 돌아다니고 있다.
글 김성훈·사진 최성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