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매트와 운동화를 준비해왔다. 매일 아침 영화 보러 가기 전에 운동하려고. (일동 폭소)” 하지원은 하루에 두 세편의 영화를 감상해야 하는 심사위원 일정을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다했다. 레드카펫이나 무대 인사가 아닌 국제경쟁 섹션 심사위원으로 전주를 찾은 그녀다. 미쟝센단편영화제,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등 단편영화를 심사한 적은 있었으나, 장편 심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역시 국제경쟁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고, <내 사랑 내 곁에>(2009)로 함께 호흡을 맞췄던 박진표 감독이 직접 제안해 주셨다. 한편으로는 세계적으로 유명하신 분들과 함께 심사하는 게 부담스럽기도 했고, 또 한편으로는 영광스럽기도 했다. 내가 심사할 수 있는 자격이 될까 싶어 고민이 많았으나 영화에 대한 고민과 시각을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아 참여하기로 했다.”
국제경쟁 심사위원 다섯 명 중 유일한 배우인 만큼 하지원은 “배우의 눈으로 작품을 감상할 계획”이다. “영화 표현의 해방구라는 슬로건에 걸맞게 다양한 시선을 가진 영화들이 포진해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기대했다. 국제경쟁 부문 상영작 10편중에서 “여성감독이 만든 영화 다섯 편(<경계 위의 세 여자> <닿을 수 없는> <소피아의 아들> <인 비트윈> <클럽 로셸>)을 특별히 주목하고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제 마음을 움직이는 영화에 한 표를 던지고 싶다”는 게 그녀의 까다로운 심사기준이다. 줄거리만으로 호기심이 동하는 작품이 있을까? “아직 얘기할 수 없다.(웃음)”가능하다면 경쟁부문 상영작뿐만 아니라 “다른 섹션에 있는 화제작도 감상할 계획까지 짜고 있다”니 작정하고 전주에 내려온 셈이다. “욕심쟁이다. (웃음) 개막작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 몸과 영혼>은 집중해서 보고 싶어서 개막식에서 안보고 표를 따로 부탁드렸다. 7박8일간의 전주영화제는 내게 소중한 시간이다. 책임감을 가지고 최대한 열심히, 집중해서 볼 거다.”
영화제 기간 동안 요가와 런닝을 규칙적으로 하겠다니 체력은 걱정 안해도 되겠다. 하지만 영화제 심사위원의 가장 큰 적인 졸음은 그도 피해갈 수 없다. “영화보기 전에는 가급적 안 먹으려고. 떡갈비, 남부시장 순대국 등 나만의 맛집리스트를 준비해 왔다. 하지만 전주 식도락은 영화 다 보고! (웃음)”
글 김성훈·사진 박종덕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