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FF 26th LOGO

우리 세대의 리얼리티를 보여주고 싶었다_<초행> 김새벽, 조현철
2017-04-29 23:47:00

임신과 결혼에 대해 어떤 준비도 못한 두 남녀가 겪게 되는 사건이 중심인 영화다. 두 사람이 실제 겪게 될 미래가 꿈 장면으로 잠깐 등장한다.

김새벽 지영과 수현이 아이를 낳고 이사 직전에 배달 음식을 시켜 먹으며 이런 맛집을 어디 가서 또 찾을 수 있을지 걱정하다가 다른 방에서 들려오는 아이 울음소리에 놀라 일어서는 장면이 꿈으로 등장한다. 시나리오에서는 라면을 끓여 먹는 상황이었다. 수현의 엄마가 보내준 김치를 나눠 먹으면서 그가 지영에게 ‘김치를 담글 줄 아느냐’고 물으며 둘 사이의 미묘한 갈등을 드러내는 장면이었다.

두 사람의 연기가 실제인지 아닌지 헷갈릴 만큼 자연스러운 순간이 있다. 수현이 지영으로부터 임신 사실을 처음 듣게 되는 순간의 리액션에서 조현철만의 개성이 느껴진다.

조현철 눈을 치켜뜨면서 눈썹을 한 손가락으로 긁적이는 등의 행동을 보이는데 거의 습관적으로 튀어나오는 연기다. 세세한 디렉팅이나 지문이 있었던 것이 아니다.

김대환 감독의 전작 <철원기행>(2014)은 실제 철원에서 찍으며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의 공간과 정서를 담는데 주력했다. <초행> 역시 로드무비의 형태로서 실제 그 장소에서 찍는 게 중요했을 것 같다.

김새벽 지영과 수현의 부모님댁인 인천과 삼척 장면 모두 실제 그 도시에서 찍었고, 오가는 과정도 실제 운전 중에 촬영했다. 영화 속 이동 장면은 모두 현철 씨가 직접 운전하는 와중에 김대환 감독과 촬영감독이 동행해 찍은 장면이다. 좁은 차 안이라 두 감독님 모두 고생했다.

지영이 수현의 부모님으로부터 초대받았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을 때 갑자기 정색하며 눈물을 흘리던 장면 역시 김새벽의 연기인지 진심인지 모를 정도로 자연스러웠다.

김새벽 시나리오에 지문도 동선도 결정된 건 없었다. 세세한 연기를 할 때는 내가 원래 갖고 있었던 무언가가 문득 튀어나오는 것 같다.

완성된 영화가 시나리오와 차이가 있다고 들었다.

김새벽 여성 관객의 입장에서 두 인물의 관계나 상황을 어떻게 바라볼지 궁금해지는 몇몇 설정이 있었다. 최대한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연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감독님께 의견을 냈고 지영과 수현이 임신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등 약간의 상황 설정이 수정됐다.

조현철 촬영 들어가기 바로 전 날, 새벽 씨를 만났는데 나 역시 그 의견에 동의했다. 영화계 성폭력 이슈 등을 전면으로 내세우는 우리 세대의 리얼리티가 더욱 강조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던 차였다. 감독님도 흔쾌히 동의해서 바뀐 부분이 있다.

영화 현장을 벗어났을 때나 혹은 여가를 즐기고 싶을 때의 나만의 시간 활용법이 있다면?

김새벽 도자기나 빵처럼 뭔가를 자꾸 만들고 싶은 게 생긴다. 왜 그것들을 하고 싶은 걸까 생각해보니 모두 혼자 하는 작업이더라. 효모를 기르고, 그것을 튼튼하게 키워낸 다음 빵을 만드는 과정도 재미있다. 문제는 빵조차 내 맘대로 안 될 때가 많다는 거다. (웃음)

조현철 종종 친구들과 게임을 하는데 게임 역시 이겨야 스트레스가 풀리는 거라, 게임도 내 맘대로 잘 안 되는 영역이다. (웃음)

그렇다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가정 하에 어떤 작업을 해보고 싶나.

조현철 코미디 연기를 해보고 싶다. 사람들을 웃길 수 있는 작품. 너무 과한 영화는 설정 연기는 부담이 될 것 같지만. (웃음)

김새벽 더 다양한 역할을 맡고 싶다. 노선을 확 바꿔서 <헤드윅> 같은 뮤지컬 영화에 출연해보면 어떨까. 장르적인 영화에도 출연해보고 싶다.

영화제 기간 동안 관객들과 또 만날 기회가 있나?

김새벽 30일(일) 오후 1시 30분에 결혼을 주제로 카페 하루일기에서 ‘토크클래스’를 열고 이어서 3시에 전주 라운지에서 ‘시네마, 담(談)’ 행사

로 또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조현철 토크클래스에서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벌써 부담이 된다. (웃음)

글 김현수·사진 최성열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