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모든 것들>(2016)은 멕시코 감독 나탈리아 알마다 감독의 첫번째 극영화다. <장군>(2009), <엘 벨라도르>(2011) 등의 작품을 통해 멕시코 사회의 이모저모를 조명해온, 영민한 다큐멘터리스트였던 그녀가 차기작으로 극영화를 연출하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관료주의가 만들어내는 단절과 소외”에 대한 다큐멘터리의 촬영을 정부 기관이 거절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때로는 위기가 새로운 기회의 문을 열어준다. 나탈리아 알마다는 ‘피도 눈물도 없는’ 미혼의 중년여성이자 공무원 도나 플로르가, 유일한 벗이었던 고양이의 죽음을 통해 경험하는 상실과 고독의 감정을 담담한 시선으로 그려낸다.
“인물이 프레임에 갇힌 듯한 느낌을 주는” 멕시코 촬영감독 로렌조 하게르만이 찍은 한장의 사진은 “개인의 고독감과 단절”을 시각적으로 구현하는데 중요한 모티브가 되어줬다. 카메라가 인물을 좇지 않고 엄격하게 통제된 동선 안에서 움직이는 것도 그래서라고.
특히 보는 이의 마음을 뒤흔들어놓을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다큐멘터리 장르에서 만나보기 어려운, 극적인 순간을 장전하고 있다. 이 대목에서 감독이 염두에 뒀던 건 “제스처의 미학”이었다. “관료주의와 삭막한 세계의 풍경 속, 소통의 가능성은 누군가의 작은 손짓 안에 담겨있을지도 모른다.”고 나탈리아 알마다 감독은 말한다.
글 이재환 객원기자·사진 박종덕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