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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만 떠오르는 그 사람_<노무현입니다> 이창재 감독
2017-05-02 23:44:00

왜 노무현 전 대통령인가.

2008년 5월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그의 추모식에 갔다. 날이 더워서 땀은 흐르는데 눈물은 안 나오고, 감정이 억눌리면서 울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4년 전쯤인가, 한 술자리에서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얘기를 꺼냈고, 이후 투자자들을 만났는데 돌아온 반응이 똑같았다. ‘무슨 취지로 만들려는지 알겠는데 분위기 파악해라.’ 거절당하기를 반복하다가 지난해 총선에서 야권이 승리하면서 노 전 대통령이 다시 생각났다.

노 전 대통령의 일생 중에서 2002년 민주당 국민경선을 다룬 이유가 뭔가.

당시 경선이 3월에 시작해 4월 말, 5월초까지 진행됐다. 그해 봄이 정치인 노무현의 가장 화려했던 순간이었다. 처음에는 노무현의 (거짓말, 도덕) 결벽증을 다루려고 했다. 그 결벽증이 그를 해석하고 이해할 수 있는 단서가 되지 않나. 하지만 그를 알아갈수록 방향이 바뀌었다.

당시 경선 영상자료를 확보하는 게 과제였을 것 같다.

경선에 참여하기 전 그의 당내 지지율은 1, 2%도 안됐다. 노무현은 돈도, 조직도 없었다. 그가 대선후보가 될 수 있는 확률은 제로에 가까웠다. 노

무현을 다룬 책이 많이 출간됐지만, 영화는 시중에 나온 책들보다 훨씬 신선한 이야기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무도 그를 주목하지 않아서인지 경선 초기에는 신문에 한 줄도 나지 않았고, 방송사도 그를 제대로 촬영하지 않았다. 방송사 자료도, 민주당 자료도 대부분 사라졌다. 가까스로 확보한 그의 연설 장면들은 영화에 쓰기에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았다. 후반작업에서 과거 영상 자료를 복원하고, 색보정하는데만 한 달 넘게 걸렸다.

국민경선이 이야기의 한 축이라면 당시 노무현 캠프 동료들,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들의 인터뷰가 또 다른 축인데.

처음에 명계남 선배를 만나 ‘노무현 프로젝트’를 만들겠다고 말씀드리니 반응이 부정적이었다. 밥 먹고 담배 피면서 “만 명은 볼 수 있을까. 에 나올 수 있겠나” 그러시더라. 명계남 선배를 시작으로 한 분씩 차례로 설득하는 데만 몇 개월 걸렸다.

첫 상영 반응이 좋았다고 들었다.

첫 상영이 끝난 뒤 열린 뒤풀이 자리에서 명계남 선배가 “완성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 대단한 작품이 나왔다”고 찬사를 보내주셨다. 차기작은 다큐멘터리가 아닌 극영화가 될 것 같다. 그동안 다큐멘터리 작업을 하면서 많이 지치기도 했고, 새로운 도전을 통해 영감을 많이 받고 싶다.

글 김성훈·사진 최성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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