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시를 자주 읽나.
시를 어려워하는 사람 중 하나였다. 그런데 6년 전 제주도로 이주하며 자연친화적인 풍경 속에서 자연스럽게 시를 받아들이게 되더라. 3~4년 전부터 시를 낭독하면서 울고 웃고, 혼자만의 방식으로 잘 즐기고 있다.
좋아하는 시인이 궁금하다.
김소연 시인의 <그래서>를 좋아한다. 시나리오를 쓰기 전부터 이 시가 너무 좋아서, 이야기를 구상하는 과정에서도 많은 영향을 받았다.
배우 양익준이 연기하는 시인 현택기의 롤모델이 현택훈 시인이라고.
제주 영상위원회에서 영화 제작 워크샵을 열었는데 현택훈 시인의 부인이 수강생 중 한명이었다. 그분의 소개로 현택훈 시인을 처음 만나던 날의 인상이 강렬했다. 눈빛이 샛별같이 맑고, 곰같이 포근한 몸매의 사내가 가로수길 밑에 서 있는데 굉장히 동화적인 느낌이 들더라. 큰 몸 속에 여린 소년이 들어가있는 듯한, 언밸런스한 느낌이랄까. 그날 함께 술을 마시며 부부 시인의 삶을 엿봤다. 현택훈 시인은 이제까지 제주도에서 나고 자라며 인생의 큰 고통이나 슬픔을 겪은 적이 없는, 안정적인 삶을 살아 오셨다더라. 만약 이런 사람이 격정적인 감정의 풍랑을 맞게 된다면 어떤 이야기가 나올까? 만약 그 감정의 대상이 여자가 아니라 남자라면 보다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올 것 같았다.
동화적인 실존인물과 배우 양익준이 근래 지닌 이미지의 간극은 크지 않나.
10년 전 한국종합예술학교 영상원에 다니던 시절, 단편영화에 양익준 배우를 캐스팅한 적이 있어 <똥파리>(2008) 이전의 그가 어땠는지 알고 있다. 당시에는 평범하면서도 숫기 없고 어리숙한, 순박한 청년 캐릭터를 종종 연기했던 걸로 기억한다. 예전의 그 순박했던 이미지를 떠올리며 양익준 배우에게 출연을 제안했다. <똥파리> 이후 다소 센 캐릭터로 굳어져버린 그의 이미지를 뒤집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대사의 수위는 센데 등장인물간의 육체적 교감은 배제되어있다. 의도적인 선택이었나.
이건 꽃노래만 부르던 순수청년이 세상의 이면에 직면하게 되는 이야기다. 비현실적인 인물이 현실에 발을 붙이게 될 때 느끼게 되는 감정의 변화에 주목하고 싶었다. 시인이 말을 다루는 직업이다보니 시인의 언어와 현실의 언어가 충돌하는 지점에 좀 더 주목했던 것 같다. 육체적인 표현이 이 영화에 꼭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은 없었다.
이 작품을 통해 궁극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던 사랑의 형태는.
유독 보호한다는 감정이 내게는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누군가를 보호하고 책임지고 끝까지 바라봐주고 믿어주는 게 관계에 있어서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런 사랑의 방식이 내게는 매혹적으로 느껴진다.
글 장영엽·사진 박종덕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