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작 <철원기행>이 아버지를 중심으로 가족 구성원 전체의 갈등을 포괄하는 문제에 주목했다면 <초행>은 임신과 결혼을 앞두고 불안해하는 젊은 커플의 사연에 주목한다.
20대 후반이 되면서 결혼이 큰 벽으로 다가왔고, <철원기행>을 편집하다가 연출을 결심했다. 두 사람의 경제적 배경, 결혼 준비에 대한 현실적인 문제보다는 일상적인 상황에서의 작은 파장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불안과 갈등을 담고 싶었다.
전작보다 제작 규모를 대폭 줄였다고 들었다.
<철원기행>과 비교하면 규모를 1/3로 줄인 7명 정도의 소규모 스태프로 15회차 진행했다. 촬영 중 어떤 상황에서도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함이었다. 매번 두 사람의 이야기를 같이 따라가며 질문하고, 그 대답을 연기로 보여주는 현장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배우 김새벽과 조현철의 조합은 신선하고 잘 어울린다.
어떤 연기자를 만날 때, 어떤 사람인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두 사람 모두 사적으로 만났을 때 선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 영화 역시 선한 사람들의 이야기이길 바랐고, 평상시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연기를 하는 배우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김새벽과 조현철이 바로 그런 배우들이었다.
배우들의 즉흥 연기로 이뤄진 듯한 리얼리티가 생생한 영화라 현장의 분위기가 궁금했다.
영화를 거의 순서대로 찍었다. 첫 신을 찍을 때 대화의 디테일을 주지 않아도 충분히 배우들이 만들어갈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이 영화는 시나리오에서 대사를 쓴다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는 영화였다. 큰 화두만 던져주면 배우들의 자유의지로 장면과 대사를 만들어나갔다.
직접 제작사를 운영하고 있다. 제작사 이름을 춘천의 순우리말인 ‘봄내’ 필름이라 붙일 정도로 고향 춘천에 대한 애정이 크다. 이번 영화 역시 공간 배경이 캐릭터처럼 다뤄지는 영화다.
<초행>은 삼척과 인천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루는데 2년 살았던 인천과 외가가 있는 삼척에 대한 추억과 의미를 담고 싶었다. 그리고 인천과 삼척으로 배경을 결정했을 때 각각 그 곳의 일출과 일몰을 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나한테는 그 점이 대단히 중요했다.
<철원기행>을 비롯해 <초행> 역시 김대환식 연출 문법을 다져나가는 느낌을 받는다. 3번째 영화에서도 비슷한 연출 방식을 고수할 생각인가.
내게는 리얼리티가 중요하다. 누군가 과장된 연기를 하고 있다고 느껴지면 빠져 나오게 되더라. 고유의 연출법을 고민한다기 보다는 나 자신이 설득 당할 수 있는, 진짜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마음을 표현한 것이다.
글 김현수·사진 박종덕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