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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도움이 되는 배우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이정현
2015-05-02 10:24:00

세상엔 받은 만큼만 일하는 사람도 많은데, 이정현은 이번에도 그저 작품이 좋아 돈 한푼 안 받고 영화에 출연했다. 강이관 감독의 <범죄소년>(2012) 때도 노 개런티였다. “음, 이번엔 마이너스 2천만원? (웃음) 아침 밥값을 지불할 수 없어서 스탭들이 아침에는 촬영을 안 하더라고요. 그 사실을 안 뒤로는 제 개인 비용을….” 한국경쟁 부문에 진출한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의 수상을 이정현이 고대하는 이유도 상금을 받으면 스탭들의 재능 기부가 더욱 의미 있어진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런데 박찬욱 감독이 아니었다면 이정현은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에 출연하지 못할 뻔 했다. 안국진 감독은 이정현의 소속사로 먼저 연락을 취했다. 그러나 소속사에선 <범죄소년> 이후 급증한 저예산영화 출연 제의에 이정현에게 시나리오를 넘기지 않은 채 거절 의사를 전했다. 그런 일이 있은 후 박찬욱 감독에게서 연락을 받았다. “최근에 본 최고의 각본이라며 박찬욱 감독님이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시나리오를 소개해주셨는데, 처음엔 이거 박 감독님이 쓰신 건가 싶었어요. 바로 출연하겠다 연락드렸죠.”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의 수남은 자신 때문에 남편이 식물인간이 되었다고 자책하며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육체노동을 전전하는 불쌍한 여인이다. 이정현은 “삶에 지쳐 망가져가지만 소녀같이 해맑은, 너무나 순박해서 맹한 수남”에 빠져드는 일이 어렵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자전거도 못타는데 오토바이를 타야했고, 세탁소의 대형 세탁기에 들어가 물세례도 받아야 하는 등 촬영 도중 어려움이 상당했다. 하지만 <꽃잎>(1996) 때부터 온몸을 던져 연기해온 이정현에게 그런 육체적 고생은 그저 촬영의 일부일 뿐이다. 이정현은 “소모되기보다 영화에 도움 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배우는 연기할 때가, 하고 싶었던 역할을 소화하려고 노력할 때가 제일 행복한 것 같아요.” 액션영화도 하고 싶고, 로맨스영화도 하고 싶다는 이정현의 영화에 대한 갈증은 상상 이상이었다. 그 간절함이 또 좋은 연기로 귀결되니, 우리는 이정현이라는 배우를 만난 것에 감사해야 하지 않을까.

출처: 씨네21 글: 이주현 사진: 백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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