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제12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단편 <더블 클러치>(2010)로 단편부문대상을 받았다. 올해는 한국경쟁 부문에 장편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가 진출했다.
<더블 클러치>가 한국영화아카데미(이하 아카데미)에 입학해서 찍은 첫 영화였다. 현장에서의 실수라든지 시나리오대로 완성하지 못한 것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받길 원했다. 그래서 당시엔 상 받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다. 이번엔 (이)정현씨 때문에라도 상을 받았으면 좋겠다.
Q. 시나리오를 본 박찬욱 감독이 ‘최근 본 최고의 각본’이라 칭찬했다던데.
아카데미에서 이번 영화 시나리오 심사받을 때 교수진에게 <위플래쉬>(2014) 주인공이 플레처 교수한테 당하는 수준으로 욕을 먹었다. 그런데 심사 전날 박찬욱 감독에게서 전화가 왔다. 시나리오 재밌게 읽었으니 한번 봤으면 좋겠다고. 심사 다음날 만나기로 했다. 결국 자신감도 없고, 밤을 새서 멍한 상태로 박 감독을 만났다. 내게 칭찬을 해주는데 아카데미나 박찬욱 감독 둘 중 하나는 날 속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웃음)
Q. 어떻게 구상한 이야기인가.
최근의 사건·사고들을 보면서 사람들은 자신보다 계급이 높은 사람과는 싸우려하지 않는구나,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을 짓누르면 자신의 계급이 올라간다고 큰 착각을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또 성공한 사람들이 이런 얘기 많이 하잖나. 노력을 통해 여기까지 왔다고. 그런데 요즘 같은 세상에선 개인의 성공이 노력 여부에 달려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수남은 손재주가 좋고 성실하지만 그렇다고 그녀의 현실이 나아지진 않는다. 결국 사회의 시스템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Q. 블랙코미디 장르에 대한 애정이 엿보인다.
단편 때부터 영화의 의도가 무너지지 않는 선에서 관객들의 웃음을 이끌어내려는 욕심이 있었다. 재미 없고 심각한 주제가 계속 떠오르다보니, 그걸 재밌게 풀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되는 것도 같고.
Q. 다음 작품도 블랙코미디인가.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를 보고 사람들이 많이 웃을 줄 알았는데 ‘웃기긴커녕 무서워죽겠다’는 반응이 있더라. 그래서 다음번엔 제대로 무서운 영화를 해보고 싶다.
출처: 씨네21 글: 이주현 사진: 박종덕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