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펑정지에는 펑정지에다>는 어떻게 기획하게 됐나.
영화 만들기가 고통뿐인 노동처럼 느껴질 때였다. 오롯이 영화에만 집중하고 싶었다. 그때 <가면과 거울>(2012), <너를 부르마>(2014) 등의 ‘아티스트 시리즈’를 시작했다. 펑정지에와의 작업도 그중 하나다. 예술가에 집중해 작품을 만들어보자, 그러다 보면 내 영혼도 치유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었다.
Q. 펑정지에의 어떤 매력에 빠진 건가. 섭외의 과정도 궁금하다.
중국 5대 미술가 중 한명으로 꼽히는 그의 작품은 익히 알고 있었다. 지인의 소개로 2013년 여름 제주도에서 만났고 내가 먼저 같이 작업을 해보자고 제안했다. 일주일 만에 오케이가 났다. 펑정지에는 작품도 훌륭하지만 한명의 인간으로서도 상당히 매력적이다. 게다가 배우의 느낌이 난다. 지난해 2월부터 1년간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촬영했다.
Q. 펑정지에뿐만 아니라 그의 환상 속에 등장하는 정체 모를 남녀 모두 대사가 거의 없다. 대신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화면 분할과 독특한 사운드가 인상적이다.
새로운 영화적 시도를 해보고 싶었다. 화면이 하나에서 둘로, 다시 하나로 합쳐질 때 관객들이 ‘뭐지?’ 라며 물음표를 던져보길 원했다. 바람, 물 등 자연의 소리를 넣고 (서사가 아닌) 이미지를 통해 감정을 이어갔다. 이 영화가 하나의 미술품처럼 보이길, 관객들이 저마다의 심상을 얻길 바란다.
Q. 펑정지에는 연기 경험이 전혀 없다. 현장에서 어떤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작업을 해 나갔나.
내가 그에게 어떻게 해달라고 했을 때 그는 단 한번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내가 만드는 그림의 밑그림이 돼 주길 주저하지 않았다. 예술가로서의 나를 존중해준 거다. 언어가 달라 많은 말을 나누지는 못했지만 말없이 있어도 마음이 편안했다.
Q. 여러 작품을 동시에 진행하는 걸로 유명하다. 다음 프로젝트는 뭔가.
김남표 화가에 관한 <감각의 경로>, 팝 아티스트 마리 킴에 대한 <페르소나>를 촬영 중이다. 뉴욕, 파리, 베이징을 배경으로 하는 사랑에 관한 3부작도 준비 중이다. 올 겨울에 <에세이 인 뉴욕>부터 촬영한다.
출처: 씨네21 글: 정지혜 사진: 백종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