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리오 초고를 읽자마자 은애라는 인물에 완전히 꽂혀버렸다.” 은애 역을 연기한 신서현은 이상우 감독의 신작 <스피드>에 흠뻑 빠져있었다. <스피드>는 미래로의 출구는 전혀 보이지 않고 곪을 대로 곪은 현실에 괴로워하는 청춘들에 관한 이야기다. 여주인공인 고등학생 은애의 상황은 최악이다. 학교에서는 교사로부터 성적 착취를 당하고 방과 후에는 생계를 위해 자신의 몸을 팔아 돈을 벌어야만 한다. “은애는 자신의 약하고 아픈 모습이 겉으로 드러나는 걸 원치 않는 아이다. 은애가 불쌍해 보이지 않도록 연기하려 했다. 그래야 관객들이 되레 은애를 애정 어린 시선으로 봐주지 않겠나.” 신서현은 극중 장면을 위해 삭발까지 감행했다. “은애가 희망 하나 없는 공허한 눈빛을 하고 자기 머리를 자르는 장면이 있다. 지금 생각해도 마음이…”라고 말하던 그녀는 이내 눈물을 보인다. 드라마 <정글피쉬2>(2010)로 데뷔해 <정글피쉬2-극장판>(2011) <지운수대통>(2012) 등에 출연한 게 연기 경력의 전부인 신인배우에게 이번 작품은 큰 여운으로 남은 것 같다. “조금 극단적으로 보일지 몰라도 <스피드> 속 주인공들 모두 세상 어딘가에 살고 있을 법한 인물들이다. 그들이 사는 법을 있는 그대로 지켜봐 달라.”
출처: 씨네21 글: 정지혜 사진: 박종덕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