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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에서 깨어나는 이미지로부터 탄생한 영화다 <삼례> 이현정 감독
2015-05-05 10:41:00

Q. 첫 상영 뒤 관객들의 반응은 어땠나.

한 관객이 인스타그램에 ‘한국형 전통 <인터스텔라>’ 같다는 글을 올리셨더라.(웃음) <원시림> <용문>보다 덜 관념적이어서 그런지 키득거리며 봤다는 사람도 있고, 울었다는 제자도 있고. 다양한 반응들이 있었다.

Q. 당신 영화에서 공간은 서사의 주요 모티브로 작용한다. <용문>은 용문산을 배경으로 하고 <삼례>는 전라북도 삼례라는 지역이 무대다.

한국적인 것을 찾아 영화에 적극적으로 담아내고 싶은 마음이 있다. <삼례>의 경우 삼례라는 공간 자체가 거대한 세트장이 된다. 우선 공간에 대한 리서치를 충분히 하고 그 곳의 기운을 받는다. 지역의 특성, 지역에 남아있는 한국적 요소, 지역 사람들의 행동 등을 조합해 시나리오를 쓴다.

Q. 그렇다면 왜 하필 삼례였나.

처음 삼례를 가게 된 건 미디어아트 전시 때문이었다. 미디어아트 전시관이 있는 삼례 문화예술촌은 일제 강점기 때 지어진 양곡창고를 개조한 곳이다. 옛 모습을 살린 외관과 현대 미디어아트가 전시된 내부 공간이 특이했다. 거기서 좀 더 나가보니 오일장이 열리는 시장이 있더라. 시장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수많은 닭집들이 있었다. 녹슨 철장엔 닭, 오골계, 토끼 등이 갇혀 있었다. 거기서 원초적인 기운을 받았다. 그리고 언젠가는 이곳도 전주나 익산처럼 개발될 것 같더라. 그 전에 이 공간을 기록하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Q. 영화작업을 할 때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나 서사가 먼저 떠오르나.

중요한 실마리가 되는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삼례>의 시작점은 삼례라는 공간이었지만, 이야기의 시작은 알에서 깨어나는 이미지였다. 소설 <데미안>의 알에서 시작해, 알에서 깨어나기 위해 구도자처럼 떠나야 하는 승우의 이야기를 순차적으로 만들어나갔다. 이미지와 관련해선 닭집의 닭, 닭 뱃속의 알들, 생명, 우주, 코스믹 아이(Cosmic Eye) 등으로 상징적 이미지의 고리를 만들었다.

Q. 차기작 계획은.

이제 막 아이(<삼례>)를 출산한 셈이라 구체적으로 다른 생각은 하고 있지 않다. 이전 작품들과 맥락은 비슷하겠지만 더 재밌는 상상으로 똘똘 뭉친 영화를 만들고 싶다.

출처: 씨네21 글: 이주현 사진: 백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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