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탈리아 가라샬데 Natalia GARAYALDE, <파편 Splinters>
아르헨티나|69분|2020|국제경쟁|온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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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편>은 나탈리야 가라샬데 감독이 12살 때 찍었던 8mm 비디오카메라 영상을 편집하여 만든 다큐멘터리이다. 영화는 감독이 어릴 적 무심코 담았던 리오테르세로 지역의 일상적인 모습들로 시작된다. 부모님과 형제자매들이 차례차례 소개되고 평화로워 보이는 동네의 풍경이 익숙해질 때쯤, 인근의 군수품 공장이 폭발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리고 영화 속 감독의 말처럼 모든 것이 바뀐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사고의 책임에 대해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그렇게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나탈리야 가족을 비롯한 동네 주민들의 삶은 거대한 역사 속으로 휘말리게 된다.
<파편>은 2015년 감독이 우연히 자신이 20년 전 찍었던 테이프를 발견하게 되면서 방향을 잡은 프로젝트로, 감독의 고향이기도 한 리오테르세로는 현재까지도 군수품 제조업이 대표적인 산업이다. 1995년에 있었던 폭발로 인해 발생된 화학물질은 지역 주민들로 하여금 각종 질병을 앓게 했지만, 아직까지도 확실한 책임을 진 사람은 없는 상태다. 가라샬데 감독은 사적인 기록 영상을 통해서 이 사고를 통해 진짜 피해를 받고 있는 사람은 누구인지 그 본질을 꿰뚫는 동시에, 감정적으로도 따뜻한 영화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한다. 더 이상 카메라를 들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 상황에서도, 그래도 찍는 것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말하는 영화.
글 김철홍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