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FF 26th LOGO

무엇이 그를 감독으로 만드는가 ´시네마톨로지_감독들의 영화 세계를 심도 깊게 탐구하다´
2015-05-06 10:47:00

시네마톨로지는 지난해 ‘영화, 감독을 말하다’ 섹션의 새로운 이름이다. 영화감독에게 영화에 대한 답을 구하는 마스터클래스의 성격이 아닌 감독의 말과 영상을 조합해 답을 찾아가는 방식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개별감독에 대해 초점을 맞춘 작품이 다수인 가운데 <칼리가리부터 히틀러까지>(2014)는 영화사를 관통하는 학술적인 성격의 작품이다. 독일 표현주의 영화의 정점인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1919)부터 히틀러 집권 직전까지 독일 바이마르 시기의 영화들을 훑는다. 시종일관 흐르는 내레이션이 독일 영화사에 접속할 수 있는 친절한 가이드가 된다. 프리츠 랑, 무르나우 등 주요 감독과 함께 지그프리트 크라카우어 등 영화이론가도 함께 다룬 점이 흥미롭다. 폴커 슐렌도르프와 파티 아킨 등의 생존하는 후대 감독들의 인터뷰를 곁들여 과거가 현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반추한다. 결코, 정치적 현실과 따로 떨어뜨려 생각할 수 없는 독일 영화에 대해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는 37세의 나이에 요절했으나 왕성한 활동력으로 영화사에 뚜렷한 발자취를 남긴 감독이다. <파스빈더: 욕정 없는 사랑>(2015)은 파스빈더의 친구이자 감독인 크리스티안 브로 톰센이 연출한 작품으로 7개의 챕터로 나뉘어 탄생부터 죽음까지 파스빈더의 짧고도 선명한 영화 인생을 축약한다. <사랑은 죽음보다 차갑다>(1969) 프리미엄 상영 당시의 젊은 파스빈더의 모습, 파스빈더와 함께 작업한 배우 임 허만, 해리 베어 등이 전해주는 촬영 뒷이야기 등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폴 샤리츠>는 사운드와 이미지에 대한 다양한 실험을 해온 아방가르드 영화의 대가 폴 샤리츠의 작품 세계를 다룬다. 끊임없이 명멸하는 플리커(깜빡거리는 영화) 등 감독의 작품 특성을 다큐멘터리에서 적극적으로 끌어들인다. 시각장애를 안고 태어난 폴 샤리츠의 흥미로운 이력을 알려주는 동시에 두뇌와 영상, 음악과 영상의 관계에 대해 생각할 여지를 준다.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작품의 가치를 지닌 노트 메모, 스케치, 라디오 인터뷰는 감독의 비밀에 다가가는 느낌을 준다. <감독 알트만>(2014)은 로버트 알트만이 남긴 전작을 연대기적으로 배치하는 가운데 인터뷰, 메이킹 필름, 홈무비 등을 교차하는 방식의 영화다. 영화가 초반부터 탐구하는 것은 ‘알트만적인 것이 무엇인가’인데 이에 대한 영화인들의 짧은 대답을 브릿지로 구성한 것이 독특하다. 세상을 떠난 알트만 감독을 비롯해 영화 속에 짧게 등장하는 세상을 떠난 배우들의 생생한 모습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울리히 자이델: 작업 중의 감독>(2014)은 다큐멘터리 <지하실에서>(2014)를 작업 중인 울리히 자이델의 현재를 중심으로 그의 작품 세계를 다시 돌아보는 방식의 작품이다. 소품 하나하나 특별히 신경을 쓰는 완벽주의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동시에 고통스러운 섹슈얼리티를 지향해온 감독의 작품 세계에 대한 인터뷰를 담는다. 개입을 최소화한 채 촬영현장과 실제 촬영된 장면 대비를 통해 작품의 이면을 보여주려 시도한다. 울리히 자이델의 <지하실에서>는 마스터즈 섹션에서 상영된다. 그 외에 7개의 키워드를 바탕으로 소쿠로프의 예술 세계에 접근하는 <소쿠로프의 목소리>(2014), 특정 시기의 에이젠슈타인의 삶에 초점을 맞춘 피터 그리너웨이의 극영화 <멕시코의 에이젠슈타인>(2014) 등이 상영된다.

출처: 씨네21 글: 김소희 객원기자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