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ONJU IFF #2호 [추천작] 김진화 감독, <윤시내가 사라졌다>
<윤시내가 사라졌다>
김진화/한국/2021년/108분/한국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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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서 어디까지가 진짜이고 어디까지가 가짜인가. <윤시내가 사라졌다>를 보고 나면 이 뻔한 질문의 통속성과 심오함 모두를 붙잡고 싶어진다. 헤어진 연인을 속인 몰래카메라로 온라인 방송 시장의 재기를 노리는 VJ 장하다는 관심을 끌 수 있다면 사생활을 파는 일도 개의치 않는다. 그녀의 영혼은 현실이 아니라 댓글과 좋아요, 별풍선에 깃들어 있다. 평생 윤시내를 사랑했고, 그를 따라 이미테이션 가수가 된 장하다의 엄마 순이 역시 본명보다 ‘연시내’로 불리기를 희망하는 여자다.
어느 날 콘서트 직전에 가수 윤시내가 잠적하면서 덩달아 밥줄이 끊긴 연시내와 또 다른 이미테이션 가수인 ‘운시내’, 그리고 이제는 엄마의 고군분투 스토리를 라이브로 중계하려는 딸이 사라진 스타의 행방을 수소문하기 위해 이상한 동행에 나선다. 이 과정에서 평생 우상의 그림자를 짊어지고 살아온 아마추어 가수들의 추레한 실생활이, 그 한편에서 여전히 뭉글거리는 낭만이 애틋하고 투박하게 피어오른다. 무심코 핸드폰 카메라부터 켜기 바쁜 장하다에게는 가소로울 뿐인 감정이라고 해도, 이곳저곳에서 뜻밖의 연결은 일어난다. “이제는 벗어나고 싶어, 지쳐버린 내 영혼, 조금씩이라도 벗어나고파” (<그대에게서 벗어나고파>)를 구슬프고 신명나게 열창 하는 배우 오민애는 한국 영화계가 지금 가장 주목해야 할 새로운 중년 여성의 초상이다.
[글·김소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