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onjuIFF #3호 [추천작] 플로랑 마르시 감독, <전장의 A.I.>
<전장의 A.I.> A.I. at War
플로랑 마르시/프랑스/2021년/107분/프론트라인
불에 타 식별 불가한 사망자. 건물 잔해에 깔린 백골. 포대 자루에 넣어 짐처럼 운반되는 시체들. 그리고 이런 광경이 낯설지 않은 주민들. ISIS가 야기한 전쟁으로 폐허가 되어버린 이라크 모술과 시리아 라카의 모습이다. 한편 반정부 시위인 노란 조끼 운동이 한창인 파리에서는 경찰이 쏜 고무탄에 시민의 눈과 손이 처참히 파열되고 있다. <전장의 A.I.>는 감독 플로랑 마르시가 이 전장들의 실황을 담아낸 다큐멘터리다. 영화의 주인공은 몰티즈만한 A.I. 로봇 ‘소타’ . 영화는 주로 감독과 소타의 만담 같은 대화로 이뤄진다. ‘인간이란 무엇인가?’란 질문에 소타가 “인간은 호모 사피엔스의 일종으로…”라며 사전적 정의를 늘어놓는 식이다. 혹은 시신들이 묻히는 황야를 보고 저곳은 농장이라며 엉뚱한 답을 내놓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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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타가 읊는 지식은 인류가 구성해낸 최소한의 상식일 테지만 문제는 인간성이 말소된 전장에선 상식조차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라틴어로 ‘wise man’인 호모사피 엔스는 현명하지 못한 살생을 지속하고 있으며 작물이 심어져야할 땅엔 시체가 즐비하다. 기계인 소타가 인간으로, 인간이 외려 비인간적인 무언가로 느껴지는 아이러니가 영화 전반에 흐른다.인류에의 깊숙한 회의감이 둘러쌀 때쯤 카메라는 전장 속 사람들의 유머와 여유로운 일상, 춤과 노래를 비춘다. 비극의 프런트라인에서도 희망을 피워내는 균형감각이 사려 깊다.
[글·이우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