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onjuIFF #5호[추천작] 아니타 호샤 다 실베이라 감독, <메두사>
<메두사> Medusa
아니타 호샤 다 실베이라/브라질/2021년/127분/국제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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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을 쓴 한 무리의 여성들이 밤길을 걷는 여성에게 집단 린치를 가한다. 음탕하다는 게 폭력 행사의 이유다. 피해 여성은 신 앞에 고결하고 헌신적인 여성이 될 것을 맹세하고서야 이들에게서 벗어났다. 가해의 현장을 촬영한 후 유유히 밤거리를 벗어나는 여성들의 모습은 잔혹하기보다 명랑해서 당혹스럽다. 그녀들의 명랑함은 브라질 사회의 맥락 속에 놓여 있다. 2015년을 전후하여 브라질을 비롯한 남미 일부 지역에서는 안티 페미니즘 성향의 혐오범죄가 발생했다. 극단적인 기독교 보수주의에 물든 이들이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결집해 특정 소녀들에게 위협을 일삼은 것이다. 가해 집단은 아름답고 순종적이며 순결하지 않은 소녀들 즉, 난잡하다고 낙인찍은 소녀들을 범죄의 표적으로 정했다.
다 실베이라 감독의 주된 관심은 바로 이 가해 주체에 있다. 소녀를 공격한 소녀들. 브라질 사회와 겹쳐놓은 <메두사>의 서사는 집단 린치의 주동자인 마리아나로부터 출발한다. 마리아나는 사회적 여성상을 의심 없이 받아들였다. 그러나 얼굴에 상처가 나는 사건을 계기로 마리아나의 세계는 깨지기 시작한다. 그 후 마리아나는 도시 전설처럼 전해지는 멜리사의 사례에 사로잡힌다. 외설적이라는 이유로 방화 피해를 당한 멜리사. 얼굴이 기형이 되어 어딘가로 숨어버렸다는 멜리사. 그녀는 포세이돈에게 순결을 잃은 것이 죄가 되어 추악한 생물로 변해버린 메두사의 은유처럼 보인다. 금기된 존재에 가까워지는 마리아나의 목소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증폭된다. 호러, 뮤지컬, 코미디를 대담하게 오가며 마리아나의 변화를 추적한 <메두사>는 브라질 사회의 현재를 환상적으로 폭로한다.
[글·정예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