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onjuIFF #6호 [추천작] 재클린 밀스 감독, <고독의 지리학>
<고독의 지리학> Geographies of Solitude
재클린 밀스/캐나다/2022년/103분/국제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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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수놓인 하늘과 바다, 한가로이 걸음을 옮기는 말들,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조이 루커스의 불빛. 고요한 밤을 지나 깊은 조감숏으로 해가 내리쬐는 섬을 조망한 뒤, 다시 카메라를 줌인해 해변가의 동물들을 비춘다. 대사 한마디 없이 잔잔히 흘러가는 이 영화의 오프닝은 뒤이어 펼쳐질 조이 루커스의 삶 그리고 영화의 메시지와 긴밀하게 연결된다. <고독의 지리학>은 환경 운동가인 조이 루커스의 행보를 기록한 다큐멘터리다. 1970년대 당시 미술 학도였던 루커스는 동료들과 함께 캐나다 노바스코샤주의 세이블섬을 방문한다. 동료들이 전부 철수한 뒤에도 루커스는 세이블섬에 남아 연구를 계속하기로 결심한다. 홀로 섬에서 살아온 지 수십년, 그에게 고독은 숙명이고 섬을 관찰하는 것은 당연한 일상이 된 지 오래다. 머문 시간이 길어지며 섬의 말들에게서 시작한 루커스의 관심은 점차 동식물을 포함한 생태계로 넓어졌다. 환경을 연구하는 것 외에도 루커스는 해변가에 밀려들어온 쓰레기를 정리해 이를 재료 삼아 틈틈이 개인 작업을 한다.
재클린 밀스 감독은 루커스의 남다른 시각을 확인할 수 있는 작업물을 모아 자연의 소리와 함께 영화에 재배치한다. 큰 사건 없이 흘러가는 이 작품에서 눈을 뗄 수 없는 건 단순히 황홀한 섬의 풍경 때문만은 아니다. 자신의 지향점을 분명히 알고 행하는 루커스의 움직임에선 어떤 경외심마저 들고, 그런 루커스를 바라보는 재클린 밀스 감독의 다정한 시선이 오래도록 여운을 남긴다.
[글·조현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