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onjuIFF #6호 [추천작] 키로 루소 감독, <위대한 움직임>
<위대한 움직임> The Great Movement
키로 루소/볼리비아/2021년/85분/영화보다 낯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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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리비아 청년 엘데르는 아프다. 몸엔 늘 기력이 없고 숨조차 가볍게 쉬지 못한다. 수도 라파스에서 도시 곳곳의 소일거리로 연명하는 그에게 신체적 아픔은 큰 약점이다. 엘데르의 대모는 그의 질환이 악마의 소행이 아닐까 추정하고, 의사는 정신적 문제로 진단한다. 어찌 됐든 차도가 없는 답답한 상황에서 막스가 엘데르의 치료를 감행한다. 막스는 산림과 마을을 전전하며 자연과 인간의 영역을 넘나드는 기이한 남성이다. 막스의 치료법 역시 신비하다. 그는 꿈과 같은 시공간 속으로 이동해 엘데르를 보거나 만난다. 그리고 라파스에 얽힌 사람과 사회, 자연 풍광의 교집합을 환상처럼 공유하는데 이는 <위대한 움직임>이 볼리비아의 면면을 그려내는 방식과도 일치한다.
<위대한 움직임>의 오프닝 시퀀스는 끊임없이 움직이는 카메라가 건물, 기계 등 라파스의 거시적 표면을 포착하는 6분간의 몽타주다. 이후 오프닝 타이틀이 올라가고 카메라는 미시적인 관점으로 옮겨가 도시 속의 사람들, 엘데르를 비롯한 노동자들을 비춘다. 막스로 대변되는 <위대한 움직임>은 엘데르의 꿈과 환상을 주지하는 일종의 정신분석학적 치료 속에서 그의 질환을 개인뿐 아니라 볼리비아의 증후로 확장하는 것이다. 이에 돈을 움켜잡는 시장 상인들의 손부터 웅장한 안데스 산맥의 풍광까지 개인과 사회, 자연이 빚어내는 움직임의 하모니가 천천히 교차·축적된다. 이렇게 응축되어 있던 에너지는 막스가 마침내 엘데르 혹은 사회의 질병을 치료하려는 순간, 예상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하게 폭발한다. 현실의 경계를 자유자재로 흐리며 남미영화 특유의 마술적 기운을 생생히 풍기는 작품이다.
[글·이우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