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onjuIFF #6호 [인터뷰] <윤시내가 사라졌다> 의 배우 이주영·오민애

첫사랑의 마음으로 참여한 영화

가수 윤시내를 동경해 이미테이션 가수가 된 순이(오민애)와 그런 엄마가 불만스러운 장하다(이주영)는 서로의 삶이 못마땅하다. 장하다는 자기 존재를 증명하기 싫어 가짜 뒤로 숨어버린 엄마가 참을 수 없이 밉고, 엄마 순이는 별풍선과 ‘좋아요’ 수를 위해서라면 사생활 노출도 불사하는 유튜버 장하다가 한심하다. 제대로 마주해본 지가 언젠지 까마득한 두 사람은 어느 날 갑자기 잠적한 가수 윤시내를 찾기 위한 여정에 오른다. 각자의 목적을 숨긴 채. 골이 깊은 두 모녀, 순이와 장하다를 연기한 배우 오민애와 이주영을 만났다. 촬영 후에도 개인적인 친분을 유지해오고 있다는 두 배우는 영화 촬영 현장이 즐겁고 행복했다며 연신 웃음을 나눴다. 오민애 배우와 이주영 배우가 특별한 애정을 담아 털어놓는 <윤시내가 사라졌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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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이주영 배우는 ‘8090 배우가 간다’라는 제목으로, 오민애 배우는 ‘전주가 사랑한 사람’이라는 타이틀로 토크 프로그램 ‘전주톡톡’에 참여하게 됐다.

이주영 방금 참여하고 왔다. 생방송으로 진행되기도 하고 <윤시내가 사라졌다>에 대해 처음으로 말씀드리는 공개적인 자리여서 많이 떨렸다. 그래도 함께 자리한 <여섯 개의 밤> 강진아 배우님이 다정하게 해줘서 편안하고 재밌게 마칠 수 있었다. ‘8090 배우’ 틈에 낄 수 있어 영광이었다.

오민애 작년에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됐을 때는 네 작품에 이름을 올렸다. 그런데도 그때는 ‘그냥 그런가보다’ 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보통 행운이 아닌 일이었다. 내 인생에 있어서도 앞으로 이런 일은 없을 것 같다. 독립 영화를 사랑하고, 현장에 있는 걸 즐기니까 함께 하는 일 자체에 의미가 있다. 감독들의 세계관도, 다양한 후배들의 모습도, 지금 영화계의 흐름도 볼 수 있는 현장에 있다는 게 기쁘고 즐겁다.

이번 작품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느껴진다.

이주영 시작부터 너무 행복했다. 개인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그때 <윤시내가 사라졌다>를 찍으면서 많이 회복됐다.

오민애 그래서 감독님이랑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주연 배우가 힘든 상황이니 이곳에 와서 힐링할 수 있게 행복한 공간, 현장이 되게 하자고.

이주영 감독님도 배우들도 처음으로 장편을 만들고 주연으로 참여하게 된 작품이다 보니 다들 ‘첫사랑’ 같은 마음으로 참여하게 된 것 같다.

이미테이션 가수 윤시내, 별풍선에 사활을 건 유튜버 장하다. 겉보기에 평범한 인물들은 아니다. 어떻게 캐릭터를 만들어갔나.

이주영 처음에 듣기로는 작품 속에 드러나진 않지만, 장하다와 엄마 순이가 몇 년 동안 말을 안 한 관계라는 전제가 있다고 했다. 삼촌이 중간 전달자 역할을 맡고, 장하다와 순이는 기본적인 의사소통만 하는 관계라고 들었다. 그래서 엄마에게 차가운 느낌을 가지고 가려 했다. 또 텐션이 높은 유튜버 역할이어서 이를 유지하려 노력했다. 그 부분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오민애 일단 가수 윤시내에 대해 알아가는 것부터 출발했다. 윤시내씨와 직접 이야기를 나누고, 공연을 보러 가서 그녀를 흉내 내려 했다. 평소에는 자분자분하게 말씀하시면서도 무대에만 올라가면 에너지가 나오는 점을 잘 살리고 싶었다.

순이가 윤시내 가수의 <그대에게서 벗어나고파>를 열창하는 장면이 있다. 이미테이션 가수 연시내와 순이 사이를 오갈 때 실제 윤시내가 잠시 나타났다 사라진다.

오민애 노래를 부르다 눈을 뜬 순간 내 앞에 앉은 윤시내씨를 봤을 때, 내가 본 게 진짜 윤시내씨의 모습인지, 아니면 나의 상상이었는지 실제로 헷갈리기도 했다. 리허설 하며 운적도 있다. 대본상에서는 우는 장면이 아니었다. 그런데 노래를 부르다 눈을 떴는데 윤시내씨가 보이자 갑자기 눈물이 나고 감동적이었다. 열성 팬들이 좋아하는 스타를 보면 울고 기절하는 상황을 이해하게 됐다. 내가 순이로서 진짜 윤시내를 흠모했나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극 후반부에서 순이와 장하다의 갈등이 폭발한다. 그리고는 곧바로 싸움을 무마하는 대사가 현실적이어서 인상적인데.

이주영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부터 너무 좋아했던 신이다. 이 장면 때문에 이번 작품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굳어졌다. 비하인드지만, 참여 의사를 밝힌 후에 수정된 시나리오를 받았는데 이 장면이 없어졌었다. 감독님께 무조건 필요한 신이라고 설득했던 기억이 난다. 감독님도 고민을 거듭하시다 다시 원래대로 하기로 결정하셨다. 이 장면은 내가 장하다를 완전히 이해할 수 있게 되는 장면이어서 욕심나는 신이었다. 그래서인지 촬영 날 체하기까지 했다. 게다가 비까지 와서 출연진도 스태프도 모두 힘든 상황 속에서 촬영을 이어갔다. 영화에 잘 묘사되어 다행이었다.

오민애 결정적인 장면에서 멋진 대사를 하지 않아서 좋았다. 진심을 말하는 장하다를 보면서 많이 울었다. 엄마에게 사랑받지 못하고 자란 아이의 정서적으로 고독한 표정이 잘 드러나서다. 무표정한 듯한 얼굴인데 그 안에서 외로움이 드러난다. 그런 장하다의 마음에 공감하게 되니 그렇게 눈물이 났다.

오민애 배우에게 묻고 싶다. 중년 여성 배우로서 어머니 역할을 주되게 맡아왔다. 앞으로 더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오민애 다행히 작년에도 올해도 여성 중년 캐릭터에 관심들이 많았다. 나는 비교적 다양한 역할을 맡은 편이다. 운도 좋았다. 그래도 꼽아보자면 전작 <심장의 벌레>처럼 사랑이 시작되는 느낌만 있는 멜로가 아니라 사랑하는 과정을 그린 장편 영화를 해보고 싶다.

이주영 배우는 이제까지 색채가 짙은 인물을 연기해왔다. 이번 작품에서의 장하다 역시 캐릭터가 강한 편인데, 전작과 차이가 있을까.

이주영 나는 항상 캐릭터를 그리는 것 자체에서 끝났던 듯하다. 그런데 장하다에 이르러서는 비록 강한 캐릭터이긴 하지만 어떤 정서나 깊은 이야기를 표현할 수 있어서 좋았다. 나의 장점을 살리면서 이전에 내가 하지 못했던 묘사를 만들어갈 수 있었다.

앞으로 준비 중인 차기작은.

오민애 <순이>라는 단편에 참여한다.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이름이 ‘순이’인데, 그 작품에서 순이로 나온다. 재밌게 해보려 한다.

이주영 <관상>의 한재림 감독님이 준비 중인 <머니게임>에 출연할 예정이다. OTT 플랫폼을 통해 찾아뵐 수 있을 것 같다.

[글·정예인, 사진·오계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