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올해 국제경쟁부문의 경향은 어떤가.
전반적으로 흥미로운 작품들이 많다. 10편 모두 각기 다른 국가에서 온 작품들이다 보니 다양한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함께 심사를 맡은 감독 예시카 하우스너, 장률, 배우 문소리도 이런 흐름에 공감한다.
Q. 당신은 최근 출연작 중 제67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 <아텐버그>를 두고 “상당히 좋아하는 이야기”라고 말하기도 했다.
죽음을 앞둔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를 돌보는 딸 사이에 흐르는 긴장을 다룬 영화다. 건축가인 아버지는 그리스의 도시 곳곳에 자신이 지은 건축물은 남겼지만 정작 자신의 딸에게는 아무 것도 남기지 못했다. 세대 간의 그 어떤 공감도 이루지 못한 채 죽음을 기다린다. 2000년대 후반부터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 사회에 대한 은유로도 읽을 수 있다.
Q. 낮에는 빵 공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사람을 죽이는 <스트라토스>의 고독한 킬러 스트라토스 역도 흥미롭다.
돈을 벌어 교도소에 있는 친구를 구하기 위해 살인을 저지르는 인물이다. <아텐버그>가 경제 위기 전의 그리스에 대한 비유라면 <스트라토스>는 위기의 한복판에 놓인 그리스를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내가 뱀파이어로 등장한 <노르웨이>는 뱀파이어처럼 절대로 포기 하지 않고 끝까지 물고 늘어지겠다는 의미에서 미래로의 의지가 엿보인다.
Q.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 ‘그리스 뉴웨이브’라는 이름으로 위기의 그리스 사회상을 반영한 그리스영화들이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그리스의 모든 영화가 그리스의 어두운 현실을 말할 필요는 없다. 다만 관객이 영화를 통해 그리스의 현 사회상을 읽으려 할 때 , 이해에 도움이 될 메타포를 심어 두면 된다. 그 뒤 해석은 관객의 몫이다.
Q. 1982년 데뷔한 이후 1990년부터 본격적으로 활동해왔다. 특히 저예산 독립영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배우이자 종종 다큐멘터리의 프로듀서로도 나서고 있다.
그리스에서 작업할 때만큼은 프리 프로덕션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친분이 있는 감독들과는 시나리오 작업 때부터 함께 캐릭터를 만든다. 때론 장소 헌팅도 같이 가긴 하나 어디까지나 그 모든 것은 배우로서의 참여일 뿐이다.
출처: 씨네21 글: 정지혜 사진: 백종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