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계곡> Concrete Valley
앙투완 브루즈/캐나다/2022년/90분/월드시네마
시리아 출신인 라시드가 아내 파라, 아들 아마와 함께 캐나다 토론토로 이민 온 지 벌써 5년이 지났다. 라시드는 시리아에서 의사였던 이력을 살려 암암리에 무면허 의사로 일하고 있지만 언제까지 불법적인 경제활동을 지속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이들 가족에게 시간과 정착은 어떠한 상관관계도 갖지 않는 듯 보이고, 그저 이 불안정한 시기가 지나가길 묵묵히 바랄 뿐이다. 약국 점원으로 일하는 파라는 이전에 배우로 활동했다. 그가 바라는 건 어디에도 뒤섞이지 못하는 이방인의 삶이 아닌, 떳떳한 일원이 되어 소속감을 갖는 것이다. 동료와 휴일 일자를 바꾸면서까지 동네 커뮤니티의 쓰레기 줍기 행사에 참여한 것도 지역민과 인연을 맺기 위해서다. 그는 어딘가 소속되고 싶다. 라시드가 공공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비슷한 처지의 이민자를 찾아 치유하길 나설 때, 파라와 아마는 자기만의 동심원을 조금씩 확장시킨다.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며 친구를 사귀는 아마와 적극적이고 자유로운 태도를 지닌 파라, 아직 영어 학원을 다니며 이웃집 현관만 이동하는 라시드는 가족이라는 동일한 공동체에 속해 있지만 각자 지닌 외로움의 무게는 천차만별이다. 은 일상 곳곳에 암묵적으로 자리 잡은, 타지에 정착한 이민자를 향한 느슨한 차별을 현실적으로 그려낸다. 차마 인지하지 못했던 불확실한 것들까지도 명확한 선을 그어준다. 이전으로 돌아가기도 계속 이렇게 지내기도 애매한 어중간한 상태에서 라시드의 가족은 자신의 출신을 확인하고 확인당한다. 정체성과 안정감. 두 키워드 사이에 놓인 다양한 얼굴과 표정을 차분하지만 냉철하게 간파할 수 있는 작품이다.
상영 정보
4월28일/16:00/CGV전주고사 8관
4월29일/17:30/메가박스 전주객사 10관
5월1일/13:30/메가박스 전주객사 10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