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의 밤> It Is Night in America
아나 바스/이탈리아, 브라질, 프랑스/2022년/67분/영화보다 낯선
얼마 전 얼룩말 ‘세로’의 도심 활보가 화제였다. 서울 주택가에서 이뤄진 얼룩말과 인간들의 조우는 흔치 않은 풍광으로서 금세 입소문을 탔다. 이런 모습이 초현실적이고 영화적이라며 흥미롭단 반응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한편에선 세로의 탈출기를 가벼운 해프닝으로 치부할 수 없단 의견도 터져 나왔다. 최근 부모를 여읜 세로의 정서적 불안과 이상행동, 동물원의 관리 부실을 지적하면서 동물권에 대한 인간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를 언급한 것이다.
어쩌면 <아메리카의 밤>이 세로 사건에 얽힌 동물권 사안을 더 깊이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될지 모르겠다. 영화는 크게 두 종류의 이미지를 교차하여 보여준다. 첫째는 누아르 필름의 한 장면처럼 어둑어둑한 브라질리아 도심의 전경이다. 데이 포 나이트 기법(낮에 찍은 영상을 밤처럼 만드는 방식) 탓에 도시의 풍광은 기묘한 어둠에 침잠해있는 불균질의 이미지로 거듭난다. 둘째는 도시 외곽 야생 동물들의 모습이다. 이른바 에코 슬로우 시네마의 방법론을 차용하여 동물, 자연물의 움직임과 외양을 구체적이고 긴 화면으로 지속한다. 올빼미의 동공과 발에서마저 무의식적 정동을 자아내는 카메라의 집중력, 연출의 인내심이 강렬하다. 이윽고 터전 잃은 야생 동물들이 보호의 명목으로 인간에게 생포되는 일이 이어진다. 영화는 이러한 야생 동물들의 처지를 난민이란 개념에 빗대면서 동물권 문제를 익숙한 사회 문제의 영역으로 확장해낸다. 인간 사회의 욕망, 그 부작용에 얽힌 문명의 암부들을 동시다발적으로 드러내며 관객의 성찰을 자아내는 것이다.
상영 정보
4월29일/17:00/메가박스 전주객사 7관
5월1일/11:00/메가박스 전주객사 7관
5월5일/20:00/메가박스 전주객사 10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