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와 상관없이>
유형준/한국/2023년/81분/한국경쟁
내 기억은 얼마나 온전하고 얼마큼 실체와 닮아있을까. <우리와 상관없이>는 기록 매체인 영화가 기록 이상의 기억이 될 수 있는지, 그 기억의 작동 방식은 믿을 만한 것인지 사유한다. 영화의 1부는 배우 화령(조현진)의 이야기다. 화령은 뇌경색으로 쓰러져 자신이 주연한 영화 시사회에 갈 수 없다. 그런 화령의 병실에 영화의 PD(김미숙), 감독(최성원), 출연 배우 정선(곽민규)과 이영(조소연) 등이 병문안을 온다. 자신이 주연작을 찍었다는 사실 외엔 영화에 관해 무엇도 기억하지 못하는 화령은 자신을 찾아오는 관계자들에게 영화의 내용을 묻지만, 이들이 진술하는 영화 내용은 모두 달라 화령을 혼란스럽게 한다.
영화의 2부는 언뜻 화령이 찍은 영화의 재현으로 보이기도, 화령이 찍은 영화의 프리 프로덕션 과정으로도 보인다. 엇갈리던 증언처럼 영화의 내용은 뒤범벅이어서 관객은 끝없는 미로를 헤맬 수밖에 없다. 흑백 화면과 인사동 골목, 비선형적 구조, 사변적 대사가 편집점 없이 길게 오가는 시퀀스까지. <우리와 상관없이>엔 홍상수의 여러 영화들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구석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우리와 상관없이>는 퍼즐의 해체와 재조립 과정을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놓치지 않는다. 또한 끊임없이 덧붙는 여러 겹의 이야기들을 어느 하나 모나지 않게 각자의 틀 안에 알맞게 갈무리하며 자신만의 개성을 획득한다. 무엇보다 <우리와 상관없이>는 영화 때문에 살고 죽는 이들을 다룬 영화에 관한 영화다. 죽다 살아나는 일은 크랭크 인과 크랭크 업에 대응하며, 인물들은 영화가 편집과 촬영에 의해 가두고 잘리는 죽은 예술로 보기도, 박제된 것들이 생명력을 얻어 살게 되는 예술로 보기도 한다.
상영 정보
4월29일/19:30/메가박스 전주객사 3관
5월1일/16:30/메가박스 전주객사 3관
5월 5일/10:00/CGV 전주고사 7관
5월5일/10:00/CGV전주고사 7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