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로니모 아테오르투아, 루이스 오스피나/콜롬비아, 프랑스/2023년/79분/시네필전주
무성영화 12편의 푸티지만으로 재창조한 무성영화다. 12편 모두 1922~1937년에 제작된 콜롬비아 영화다. 이야기는 크게 3부로 나뉘어 있다. 전체적인 장르는 멜로드라마다. 젊은 남녀 에프레인과 엘리시아가 불현듯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사랑은 순탄치 않다. 엘리시아가 재력가 우리베와 약혼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깊어지는 둘의 사랑이 파국으로 접어드는, 흔하디 흔한 사랑 이야기다. 그러나 배우들의 표정과 몸짓에 넘쳐흐르는 활력, 단출하지만 간결한 매력의 편집술만으로도 지루함이 달아난다. <바빌론>의 무성영화 예찬이 불현듯 떠오르는 작품이다.
특히 3부가 독특하다. 3부는 콜롬비아 정글 속 군인들의 모습으로 구성된다. 군사 훈련이나 전투 장면, 더하여 싸움에 휘말린 원주민들의 일상생활이 이어진다. 중요한 것은 1, 2부 주인공 셋의 모습이 제대로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신 영화는 타이틀 카드의 능력을 이용해 기존 서사를 무리 없이 이어간다. <바빌론> 속 레이디 페이주가 만들던 그것이다. 이미지와 텍스트의 관계가 얼마나 무용한지, 한편으론 얼마나 끈끈한지 깨닫게 해주는 무성영화의 독보적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한편 20세기 초 자국 무성영화의 부활, 남녀 3명의 삼각관계, 전쟁에 관한 3부의 이미지들은 콜롬비아의 정치적 역사를 현재에 되살리기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 20세기 초 파나마 독립에 얽힌 콜롬비아와 미국의 역학 구도가 작금의 콜롬비아에도 중요 문제로 대두되기 때문이다.
상영 정보
5월2일/10:00/메가박스 전주객사 5관
5월6일/13:00/메가박스 전주객사 5관